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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가를 만난다,<어바웃 어 보이>
2003-02-03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바웃 어 보이>를 보고 ‘맞아, 인간은 섬처럼 살 수 없는 존재지’라며 극찬을 날렸고, 우울하고 메마른 일상 속의 인물들을 코믹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잘 풀어나간 수작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나는 정반대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 이상한걸…. 왜 이렇게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지’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질 정도로, 시종일관 불편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소심하긴 하지만 원래 매력있는 캐릭터와 따뜻한 코믹 요소를 적절히 혼합해, 멋진 감동을 줬던 ‘워킹 타이틀’사의 다른 작품들에 기준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까 배부른 상황에서 어린애 같은 짓만 골라서 하는 윌(휴 그랜트)을 중심으로, 자기 스타일에 대해 확고함이 있으면서도 왕따는 싫은 12살의 마커스, 아들이라도 자신의 우울증은 받아줘야 한다며 울고 보채는 마커스의 이혼녀 엄마, 그리고 “엄마는 나만 사랑해야 해!”라고 울부짖는 또 다른 이혼녀 레이첼의 12살짜리 아들까지도, 코믹의 이름으로 용서하고 감내하기엔 정말 대책없이 유아적인 캐릭터들로만 비쳐졌던 것이다.

그런 불편한 감정만 잔뜩 느낀 채 극장 문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영화 속의 노래 하나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노래만 맴돌았으면 O.S.T를 사는 것으로 만족했을 텐데, 학예회에서 벌어지는 그 일촉즉발의 장면과 항상 함께 생각이 난다는 것. 그 때문에 결국 DVD로 출시된 <어바웃 어 보이>를 다시 보았고, 문제의 그 노래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은 여전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나의 눈과 귀를 또다시 사로잡아버렸다.

그 노래장면을 제외하면 여전히 감동이 부족해 보였던 본편 영화를 살려준 것은, 다양한 서플먼트들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역시 감독들의 오디오 코멘터리. <아메리칸 파이>라는 전작으로 유명한 웨이츠 형제의 솔직담백한 제작 설명을 찬찬히 듣고 있노라면, 영화 속의 황당한 장면장면들이 어떤 생각으로 찍혔는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 짧은 분량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원작자인 닉 혼비가 직접 등장해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Spotlight On Location’ 코너도 그런 면에서 정말 필수적이다.

그렇게 꼼꼼히 서플먼트를 보고 난 뒤 다시 본편 영화를 보니, 그제야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호평했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바웃 어 보이> DVD는 서플먼트의 진정한 힘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About a Boy, 2002년

감독 크리스 웨이츠, 폴 웨이츠

자막 영어, 한국어, 일본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지역코드 3

출시사 유니버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