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Y가 퀴즈를 냈다. “한국영화가 DVD로 나와서 가장 기뻐할 사람들이 누굴까” “글쎄… 영화사 DVD 제작사 가전업체 마니아” Y는 또박또박하게 청/각/장/애/인이라고 했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Y는 한국영화 DVD에는 한글자막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글자막이라 그럼 한글자막이 나오는 한국영화 비디오는 없었단 말인가 비디오숍에 전화를 했다. 그런 비디오는 없다고 했다. 그럴 리가 자막(Open Caption)이 아니면 캡션(Closed Caption)으로라도 들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형서점에서 영어회화 교재로 파는 비디오에 캡션 기능이 들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비디오숍을 찾아갔다. 숍주에게 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캡션 기능이 있는 한국 비디오는 없냐고 물었더니 마침 와 있던 비디오 영업사원이 대신 대답했다. “없죠. 그런 한국영화는 한편도 없어요. 미국 같은 데서나 그렇게 하는 거지…. 우린 그 정도가 못 돼요. 그리고 그런 거 넣어봐요, 테이프 단가만 올라가지…. 그게 다 별도로 작업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미국영화라도 대박난 거 아니면 캡션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 나온 거 다 합쳐도 50개나 될까”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II>를 꺼내 커버 뒷면 오른쪽 하단의 아주 작게 인쇄된 Q마크를 가리키며 그것이 캡션이 있다는 표시라고 했다. 이 비디오의 영어 캡션 기능을 사용할 사람이 영어학습자라는 사실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영어학습자를 위한 캡션에 빨리 눈을 뜨면서 청각장애인의 영화 접근권을 위한 한글 캡션에는 눈을 감는 현실이 씁쓸하다. 한국영화가 DVD로 나와서 가장 기뻐할 사람이 청각장애인이라는 문답은 곱씹어볼 말이다. 이지윤/ 비디오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