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분명히 할 것은 우리나라 TV에서도 <트윈 픽스>를 방영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이 시리즈가 미국 내에서 방영을 시작해 그야말로 폭풍 같은 화제를 낳은 1990년 4월8일에서 생각보다 얼마 지나지 않은 93년에 말이다. 문제는 아무리 기억 속을 헤집어봐도 밤늦은 시간에 가슴을 졸이면서 본 <트윈 픽스>가 깨끗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심히 보긴 본 것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29부작이라는 방대한 양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진 못했던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트윈 픽스>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이미지에 비해, 현재의 머리 속에는 그다지 뚜렷한 영상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장짜리 <트윈 픽스> 시즌1 SE가 출시된다는 소식은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만난 <트윈 픽스> 시즌1 SE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국내 방영분에는 빠져 있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데이비드 린치의 ‘Pilot’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회부터 7회까지의 에피소드들마다 각 에피소드를 담당했던 감독 혹은 촬영감독 등의 관계자가 너무나도 친절한 오디오 코멘터리를 삽입해놓은 것은 감격의 수준에 가깝다.
이와 함께 4번째 디스크를 통째로 활용한 서플먼트에는 <트윈 픽스>의 팬들만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코너들이 들어 있다는 점도 만족도를 배가시킨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난쟁이를 연기한 마이클 앤더슨이 붉은 휘장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Learning to Speak in the Red Room’ 코너. 제목의 뜻 그대로 <트윈 픽스>에서 그가 선보였던 이상한 언어를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지를 배워보는 코너인데, 유독 이 부분만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아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뉜 언어체계의 설명을 받고나면 바로 폭소가 터져나오니 꼭 들러봐야 한다. 또한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Mar T 바의 실제 주인 아주머니가 촬영장 분위기를 전해주는 ‘17 Pieces of Pie’도 상당히 엉뚱한 코너 중 하나다.
한 가지, 예측을 어느 정도 했기에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역시 허무한 것이 하나 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직접 등장해 무엇인가 설명을 해주는 서플먼트가 전무하다는 것. 직접 감독한 ‘Pilot’에 오디오 코멘터리가 빠져 있는 것(그 때부터 짐작을 했어야 했다!)은 물론, ‘An Introduction to David Lynch’ 코너조차 수십명의 배우들이 그를 칭찬하는 얘기만이 담겨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The First Season SE, 1990∼91년
감독 데이비드 린치 외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포맷 4:3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지역코드 3
출시사 파라마운트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