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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권소유, 미국에선
2001-04-12

판권의 유동화가 참여의 폭을 넓힌다

박경신 |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법무법인 한결 미국법 자문[email protected]

돈과 예술의 대결. 돈을 이용하여 최대한 자유로워지려는 예술, 예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커지려는 돈. 한국에서는 투자사와 제작사와의 싸움이라면 미국에서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예술가들의 싸움이다. 미국에서의 돈과 예술의 대결은 판권소유를 둘러싸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판권은 항상 “나누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생산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도록 경제활동들을 저비용화했다. 수많은 ‘공유’의 기술을 발전시켜 각 사업자들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 성공하였다(‘공유’는 도리어 공산주의보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주식시장들을 중심으로 개발된 다양한 금융기술들이 구현되어 GM 같은 거대회사에 대해 경영권을 갖지 않은 시골의 농부도 GM의 이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진다. 이와 비슷하게 영화도 하나의 기업처럼 판권을 유동화시켜 다양한 예술가들과 투자자들이 막대한 위험을 끌어안지 않고도 영화의 성공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기술들이 개발되어 구현되고 있다. 영화가 만들어져서 극장에서 보여질 때까지 필요한 비용을 개발비용, 제작비용, 홍보비용 세 가지로 볼 때 이중에 하나라도 조달할 수 없는 사람은 판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 예술가들에게는 오히려 이들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익이 발생할 때만 이익에 ‘참여’하는 이익참여자(profit participant)의 자리가 더 부러워보일 수 있고 그렇게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면 판권에 대해 집착을 가질 필요도 없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입장에서도 판권을 “완전히” 소유하고 위 세 가지 비용을 모두 감당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메이저들은 개발비용과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작자, 감독, 배우 및 작가들에게 개런티를 주지 않거나 줄이는 대신 판권의 “일부”를 떼어주는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이익참여자는 1950년에 유니버설의 영화 <윈체스터 73>에 출연한 제임스 스튜어트로서 그는 이익의 1/2를 받기로 하였다. 영화의 성패는 제작보다는 배급이었다. 물론, 뛰어난 홍보지원을 받는 영화들 사이에서는 내용에 따라 순위가 판가름이 나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홍보지원을 받는 것 자체이다. 1992년 당시 미국에서 매년 제작되는 영화 400여편 중에서 실제로 홍보다운 홍보를 하는 영화는 이중에서 100여개 정도뿐이었다. 예술가들이 배급을 스스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메이저들도 결과가 불확실한 제작보다는 배급에 치중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직접 제작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 제작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휠씬 더 많은 또 훨씬 더 유명한 영화들이 외부에서 만들어진다. 이로써 판권은 배급자가 갖되 제작자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이익에만 참여하는 분업이 별 논쟁없이 완성되었다. 메이저들은 예술가들, 특히 제작자들과 다양한 형태로 분업한다. 제작자가 안는 위험이 커져가는 순서로 정리해보자면 (1) 배급사 소속 제작자가 직접 영화를 만드는 In-house Production; (2) 원작에 대한 저작권을 인수한 제작자에게 배급사가 제작비용을 대주는 대신 판권을 인수하고 제작자 및 예술가들은 이익에 참여하는 Production-Financing Distribution; (3) 배급사가 홍보비용을 대주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돈을 빌려 제작비용을 마련하는 Negative Pickup; (4) 완성된 영화의 판권을 배급사가 사는 Acquisition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구현되었고 이에 따라 이익 배분도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분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영화사가 제작과 배급을 모두 하던 시절에는 제작한 사람이 판권을 유지함으로 해서 자유롭게 예술을 구현했고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양산될 수 있었다. 현재는 배급자와 제작자가 나누어지면서 실제로 배급자가 큰 힘을 갖게 되고 제작자를 포함한 예술가들은 메이저들에 종속된다. 이익의 참여에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매출에서 배급사의 배당액(distribution fee), 배급비용(distribution expense)을 제외하고 남는 순이익의 일부를 받는 순이익참여자들(net profit participant)과 매출의 일부를 받는 매출참여자(gross participant)들이다. 예를 들어 조지 루카스, 톰 크루즈,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사람들만이 매출참여자의 권위를 누릴 수 있고 거의 모든 예술가들은 순이익참여자들이다. 여기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영화를 회사에 빗대어보면 경영진격인 메이저들은 회계장부를 주물러서 회사의 투자자들로 비견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계방법을 비꼬아 “예술회계”(creative accounting)라는 중의어가 회자되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 칼럼니스트 아트 버크월드는 에디 머피가 주연했던 영화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Coming to America)의 원작을 2∼3페이지의 아이디어 노트만으로 파라마운트에 판 적이 있다. 여기서 버크월드는 순이익의 1.2%를 받기로 되어 있었고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은 1988년에만 1억2천800만불의 매출을 기록하여 그해 세 번째로 잘 팔린 영화가 됐다. 버크월드는 순이익에서 한푼도 받지 못했고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놀랍게도 파라마운트는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을 통해 아무런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버크월드는 1심에서 회계장부의 진실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주장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제작자 및 예술가들의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언터처블>(1987), <레인 맨>(1988),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등 쟁쟁한 영화들이 개봉 2∼3년이 지나도록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놀라운 주장을 담은 회계장부들이 남아 있고, 1990년도 당시 워너브러더스의 최대 극장 흥행작이었고 세계영화사상 5번째로 매출액이 높았던 <배트맨>(1989)마저도 개봉 이후 1년 넘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거의 모든 영화는 망한다”는 신화의 뒷면에는 몇 안 되는 성공한 영화들마저도 적자로 탈바꿈시키는 회계기법이 있다. 1992년 미국영화들은 미국에 40억불 무역흑자를 가져왔다. 미국영화는 잘되고 있다.▶ 영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 문제는,

투자사에 대한 불신

▶ 유통하는

이가 주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