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영화예비군 Y는 며칠 전 김수용 감독의 81년작 <만추> 비디오를 사려고 을지로 쁘랭땅백화점 지하의 청춘극장을 찾았다. 희귀 비디오가 많아 여러 번 보도되었던 이곳을 Y는 지난해 초 김기영 감독의 비디오를 수집할 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숍주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최고의 한국영화로, Y는 <이어도>를 빼면 <하녀>를 최고로 생각했으니 즐거운 대화가 오갔을 법하다. Y는 김기영 감독에 관한 여러 자료를 얻은 뒤 틈나는 대로 청춘극장을 홍보했고 내게도 청춘극장의 홈피 주소를 적어주었다. 덕분에 올려놓는다. http://oldcine.net. Y가 <만추>(1981)를 산 것은 이 작품이 이만희 감독의 66년 <만추>를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만추>는 이미 72년에 일본 감독 齊耕一에 의해 <약속>으로, 75년에는 김기영 감독에 의해 <육체의 약속>으로 두번 리메이크된 바 있다. 김수용 감독의 <만추>는 세 번째 리메이크인 셈이다. 세편을 비교해본 Y는 “가장 창조적인 리메이크는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이라고 했다. 여배우가 교도소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세편 모두 동일하게 교도소의 정문과 높은 담을 보여주지만 <육체의 약속>에서 여주인공의 보이스 오버는 그 공간을 교도소라고 볼 수 없는 특이한 장소로 (심지어 그 속에 백화점도 있다고 함) 설명함으로써 “영화 전체의 공간을 알레고리로 읽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공간에 대한 알레고리인지는 Y의 공부할 몫이 되겠지만 얘기를 듣던 나는 자꾸 사라진 이만희 감독의 <만추>가 궁금해졌다. 광주와 부산으로 <이만희>와 <김수용>을 보고 돌아와 만추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 얼마나 시기 적절한가 곧 晩秋가 될 것이다. 이지윤/ 비디오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