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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LE
2002-10-31

원래는 컬러였다구!

The Man Who Wasn’t There Limited Edition2001년, 감독 조엘 코언자막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오디오 흑백버전 DD 5.1, 컬러버전 DD 5.1 2.0, DTS지역코드 3 출시사 미디어체인

이 영화를 DVD 타이틀로 보고 나서 다시 든 생각 하나. ‘나는 빌리 밥 손튼이라는 배우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영화 속에서 보여준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물론 훌륭했지만, 결정적으로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한 것은 서플먼트 속에 나타나 있는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서플먼트의 ‘제작과정’ 코너에 들어가면, 촬영현장의 옆에서 진행된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 장면들이 담겨져 있다. 빌리 밥 손튼과 프란시스 맥도먼드 등의 주연 배우들은, 연기파 배우의 명성에 걸맞게 자신들이 연기한 캐릭터의 정밀분석 분석에 기반한 내면 연기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배우들의 경우 인터뷰를 할 때는 연기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기 성격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과 달리, 빌리 밥 손튼은 영화 속 주인공 ‘에드’가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에드의 표정이 입가에 딱딱하게 맺혀져 있었고, 말투나 표정도 에드의 그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빌리 밥 손튼의 매력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못지않게, 이 타이틀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본편 영화가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에 있다. 극장에서 개봉되었던 흑백버전은 DVD의 고화질 속에서 매끈한 도자기 같은 미려한 질감을 선보이는데, 이것이 실로 오랜만에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이다. 서플먼트에서 코언 형제가 밝힌 것처럼, 1940년대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동시에 인물의 감정과 사물의 성격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이 흑백 영상은 최적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흑백 영상이 원래 컬러로 촬영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 컬러로 촬영된 원본이 바로 두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똑같은 영화를 단지 색깔의 차이만으로 감상하기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시간 차이를 두고 컬러버전을 감상하면 흑백의 개봉판과는 또 다른 미려함을 선사하는 절제된 색감을 만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제대로 만들어 출시된 비디오나 DVD 타이틀이 없는 코언 형제의 작품을 이렇듯 매력적인 두 가지 색감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빌리 밥 손튼이라는 명배우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DVD는 멋진 타이틀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