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디즈(애덤 샌들러)는 뉴햄프셔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 작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각종 카드문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웬일이람. 어느 날 디즈에게 거대한 유산이 돌아온다. 갑부인 외삼촌이 400억달러의 유산을 남긴 거다. 뉴욕으로 온 디즈는 그때부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거대한 저택에서 살고,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하인까지 거느린다.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다. 디즈는 여러 가지 스캔들을 뿌린다. 유산을 상속받은 그의 모든 행동이 TV 등의 매체에서 소개된다. 한편, 회사 사람들과 방송인은 서로 결탁해 디즈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결정한다. 디즈는 곤혹스러운 지경에 놓인다.
■ Review
“자네, 다음 영화가 무언가?”라는 주변인의 물음에 애덤 샌들러는 이렇게 답했다. “미스터 디즈요.” 사람들 반응은 이랬다고 한다. “아니, 명배우 게리 쿠퍼가 했던 역할을 한단 말인가?” <미스터 디즈>는 미국 영화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챙겨볼 만하다. 원작과 리메이크가 어떻게 다른가? 훌륭한 리메이크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원작을 다시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미스터 디즈>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디즈씨 도시에 가다>(1936)가 원작이다. <디즈씨 도시에 가다>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함께 카프라 감독의 대표작 목록에 올라 있는 고전이다. 리메이크작은 적어도, 내러티브의 전체적인 골격은 원작과 동일하다. 한 순박한 주변부 청년이 유산을 물려받는다. 그는 원래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는 삶을 즐기는 것에 더 집중하는 편. 돈을 거절하지 못한 청년은 도시로 향하고, 압도적인 시스템의 저항에 직면한다. 타락과 부패에 물든 도회지의 신사숙녀들은 이 가엾고 순수한 젊은이를 가차없이 수렁에 빠뜨린다. 자, 똑같지 않은가? <미스터 디즈>가 덧붙인 것이라면 어설픈 코미디가 되기로 작정했다는 점이다. 발냄새를 좋아하는 하인, 눈이 제멋대로 돌아가는 친구, 소동극을 일삼는 언론인을 비롯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엽기적인 구석이 있다. 하인 역의 존 터투로는 코언 형제의 <위대한 레보스키> 이후 가장 웃기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
스티븐 브릴 감독은 원래 배우로 더 열심히 일했다. <웨딩싱어>와 <빅 대디> 등에 출연했으며 같은 영화에서 애덤 샌들러와 인연을 쌓았다. 애덤 샌들러는 <미스터 디즈>의 제작까지 겸했다. <미스터 디즈>는 애덤 샌들러의 전작을 유심히 보며 즐거워했던 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 있다. 그는 낙천적인 ‘실패자’ 캐릭터가 딱 어울리는 코미디언이 아니었을까?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미국적 이상에 대한 찬사, 그리고 현대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를 담기엔 <미스터 디즈>는 길을 벗어난, 왁자지껄한 코미디처럼 보인다. 부분적으로 웃기는 장면들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