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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빅 트러블
2002-10-22

■ Story

엘리어트 아놀드(팀 앨런)는 한때 잘 나가던 신문 칼럼니스트였으나 회사에서 잘린 뒤 삼류 광고회사를 운영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 그의 비루한 일상은 아들이 ‘물총 맞히기 게임’을 하러 여자친구의 집을 찾으면서 변화한다. 이 집엔 조직의 돈을 빼돌린 제니의 양아버지 아서(스탠리 투치)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가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 여기에 아서의 아내 안나(르네 루소), 동네 건달들과 비렁뱅이, 지역 경찰과 FBI 요원들이 차례로 휘말리며 그야말로 ‘빅 트러블’이 생긴다.

■ Review

<빅 트러블>의 주인공 엘리어트는 어떻게 보더라도 마이애미를 핵폭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만한 인물이 아니다. 상사에게 대들었다가 직장에서 쫓겨났고, 테니스 강사와 바람난 아내로부터 이혼당했으며, 파산한 뒤 아들로부터 ‘패배자’소리나 듣고 살아가는 그에게 영웅의 세계는 지극히 멀게만 보인다. 그의 탈출구는 엉뚱한 곳에서 만들어진다. 러시아로부터 밀반입된 핵폭탄을 둘러싸고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면서 그도 함께 휘말려든 것이다. 사정이야 어쨌건 그는 아들의 영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흠모하는 여인 안나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용감히 자신을 던진다. 자기 존재를 아들과 남들은 물론 스스로에게까지 증명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빠진 그의 영웅담은,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넘는 감정이입의 여지를 남겨준다.

그러나 <빅 트러블>은 왠지 허술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유머작가 데이브 배리의 동명 원작소설에 기반한 플롯은 꽤 잘 짜여져 있고, 데니스 파리나, 재니언 가로팔로, 제이슨 리, 오마 엡스 같은 막강 조연진이 뒤를 받쳐주는데도 영화는 샛길에서만 맴도는 느낌을 준다. 8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10여명의 캐릭터를 모두 설명하기 위해 시시콜콜한 농담을 과도하게 삽입했고, 그 바쁜 와중에도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하는 줄거리를 일일이 풀어놓으려는 무리수를 둔 탓. 때문에 정작 주인공 엘리어트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은 줄어들었고,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려면 좋은 짝을 찾아야 한다’는 영화의 주요 모티브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

물론 이 영화가 실망스럽다고 해서 배리 소넨필드라는 이름의 감독이 두명이 아닐까, 라며 IMDb를 검색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맨 인 블랙> 시리즈뿐 아니라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같은 영화도 있으니. 비행기 납치와 핵폭탄에 관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이 영화는 미국에서 애초 지난해 가을 개봉예정이었으나 9·11 사건 때문에 올해 4월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문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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