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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영화평론가 스티븐 크렘린
2001-04-06

<와호장룡>을 벤치마킹하라

흔히 토니 레인즈로 대표되는 한국영화 전문가를 런던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소개된 연혁도 짧지만 한국영화라면 토니 레인즈에게

물어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특히 부산영화제를 기점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는 평론가가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몇명의 소장 그룹들이 한국영화에 관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현재 리즈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우디네 아시아영화제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티븐 크렘린도 그런 몇 안 되는 소장파 한국영화 전문가이다. 한국배우 중 전도연을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로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을 꼽는 그는 인터넷 아시아영화잡지 ‘AFL Bulletin’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최근 런던에 소개된 한국영화는 <거짓말>과 <섬>이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아직 배급업자들은 아시아영화 속에서 비일상성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서구영화와는 다른, 그리고 뭔가 관객에게 자극적인 것을 아시아영화를

통해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일본의 사무라이영화와 소프트 포르노가 그런 편견을 심어놓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메인 스트림에 한국영화가

점점 배급되기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다. <거짓말> 아니면 <춘향뎐>이다. 그 중간에 <해피엔드>나 <반칙왕>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은 어떤가.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세계에 130여개가 넘는 국제영화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영화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일종의 붐이다. 영국도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나 런던영화제에서 최근 한국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문제는

배급이다. 영화광이나 영화인들은 관심있어 하지만 배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한국영화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최근 <와호장룡> 성공에서 한국영화가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면.

중국 5세대가 서구에 소개된 것은 80년대 초반이고 중국의 무술영화도 언더그라운드에서 지난 십여년간 인기를 모아왔다. 중국영화는 20년을

기다려왔고 이제 그 성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무술영화라는 점이 더욱더 서구인들의 구미를 당기긴 했지만 중국적인 무언가가

이미 친숙했기 때문에 거둔 결과라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영화는 이제 출발단계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고 국제시장에 대한 면밀한 리서치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시장과는 달리 세계시장에선 ‘되는 영화’와 ‘안 되는 영화’가 이미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서구영화가 못하는 그런 영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후반작업을 하고 있는 <무사>의 성공여부가 아마 한국영화가 영화제용인가, 아니면 대중적으로 서구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럼 ‘되는 영화’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 <거짓말>이나 <섬> 같은 경우, 된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될 가능성이 있는 영화다. 또한 <춘향뎐>이나 <> <무사>도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큰 성공이 보장되진 않지만 최소한 배급은 이루어진다. 아직도 엑조티즘이 서구 관객에게는 어필한다고 본다.

마지막은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왕가위, 기타노 다케시 같은 감독의 영화는 브랜드의 힘만으로도 배급을 가능하게 한다.

지난 9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김기영 회고전을 가졌는데, 그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최근에도 여러 영화제에서 김기영 회고전을 기획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스타 감독의 출현은 한국영화 위상을 한껏 높이는 구실을 할 것이다. ▶희망의

속삭임, 이젠 한국이 뜬다

▶<바람

속의 속삭임>은 어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