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Marriage 2002년, 감독 유하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지역코드 3출시사 엔터원
매우 마음에 드는 제목이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통쾌하게 봤다’는 여성 동료들의 평가와 (영화의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없이) 자기 부인에게는 ‘절대 권해줄 수 없다’는 남성 동료들의 상반된(?) 평가는 더 큰 호기심을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발길이 극장으로 향하는 것을 막은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줄짜리 메인 카피였다. 엄정화의 고혹적인 허벅지 라인을 한껏 강조한 포스터 사진 위에 쓰여진 그 카피는 ‘이 남자와 하고 싶다!’. 정말이지 영화에 대한 다양한 호기심을 단번에 꺾어버릴 만큼 알맹이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얼마 전 출시된 DVD를 통해서 이 영화의 실체를 확인해야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DVD의 가장 큰 매력은 결혼을 둘러싼 ‘가치관’을 쟁점으로 했던 영화에 걸맞게,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충실히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완벽한 캐스팅으로 보이는 엄정화에 대해 미처 캐스팅할 생각을 못했다는 등의 제작 관련 뒷이야기도 그렇지만, ‘1부2처제’와 흡사한 우리나라 결혼의 폐해에 대한 감독의 솔직한 견해 등은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할 정도로 상당히 흥미진진했다. 물론 그런 몰입과 동조는 나 자신의 나이와 상황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별이 가지는 특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DVD로 접하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점은 가벼워 보였던 첫인상에 비해 주제가 복합적이어서, 다시 볼 때마다 매번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플먼트에 포함되어 있는 ‘뮤직비디오’와 ‘극장용 예고편’ 코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영상의 편집에서 보여지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와 부각되는 대사에 따라 같은 영화의 내용이 다르게 해석되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평범함 속에 독특함이 숨어 있던 본편 영화의 내용과 오디오 코멘터리와는 달리 DVD 타이틀의 사양만으로 놓고 볼 때 화질과 음질 그리고 기타 서플먼트들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