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와라나고> 상영 운동(?)이 있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이, 자생적으로 자신의 ‘생명줄’을 좀더 늘려보고자 하는 생각들이 모아져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이 4편을 모아 상영관을 잡고 공동 상영을 약 한달간 했고, 개별적으론 대관 상영의 형식을 빌려 ‘스스로 롱런’을 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이른바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에 대한 대안적 상영방식 및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의들이 있어왔다.
연초 문화관광부가 연두 업무보고에서 예술영화 전용관 설치 계획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 8월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 주요 시·도에 7개관 이상의 예술영화 전용관을 설치·운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예술영화 전용관 사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 7개관 이상의 예술영화 전용관을 확보, 운영할 수 있는 단일 사업자를 선정해 연리 1%로 총 150억원을 융자해준다는 것이었다. 연리 1억5천만원을 받고 150억원을 빌려주는 대신, 문제는 150억원의 ‘담보 능력’이 있어야만 이 사업 신청자로서의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재 이른바 예술영화를 제작하거나, 유통·배급한 경험이 있거나, 이런 일련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150억원의 담보 능력이 있는 자는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또한, 일반 메이저 유통 배급사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의 경우, 1년 수익이 한 상영관당 5억∼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대형 멀티플렉스의 경우는, 문화적 마인드가 전제되지 않는 한, 경제성만으로 보았을 때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거나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 아닐 것이다.
예술영화로 인정받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각각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2와 5분의 1 이상 상영해야 한다고 하는데, 예술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확보하는 문제도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진위는 하드웨어인 상영관 확보나 소프트웨어인 예술영화 확보, 양쪽 모두에 스스로 불가능할 수 있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고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을 천명했으나, 그 실효 가능성은 불투명한 계획안인 셈이다.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생색내기가 정녕 아니라면, 구체적 묘안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차라리, 일정 액수를 확실한 사업자에게 지원, 지급하는 방법이 이 사업의 구체화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상반기 예술영화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해의 십몇%에 비하면 급전직하이다. 지난해의 일련의 대안적 상영방식의 모색이나 극장가에서 예술영화를 자주 찾아보는 것도 힘든 형편이다. 실로 1년 사이의 큰 변화이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문화에 대한,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 상식을 기대한다는 바람은, 이 땅에서 영화를 업으로 하는 이들의 기본적 ‘소망’임을 그들이 좀, 제대로 알아주었으면 한다.심재명/ 명필름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