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곧 열다섯살이 되는 루두두(쥘리 뒤랑)는 아직 생리가 없고 짝짝이 가슴을 가진 소녀. 등하교길에서 만난 삼십대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여인이 되고 싶은 루두두의 열망은 더욱 강렬해진다. 루두두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는 우울증 환자 로맹(알렉키스 루쿠)도 성에 대한 호기심과 갈망,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소년이다. 루두두와 로맹은 그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기로 한다.
■ Review
<아메리칸 파이>를 필두로 십대들의 성을 다룬 코미디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것은 풍요 속의 빈곤이었다. 새로운 시선과 시도가 없었고, 무엇보다 십대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부족해 보였던 것. 대부분의 영화 속에서 소녀들은 객체로 머물러야 했다는 것 또한 아쉬운 대목이었다. <팬티 속의 나비>는 이처럼 그간의 십대 코미디가 가지 않았던 길을 택했다. 그것은 ‘발육 불균형’ 상태가 낳은 혼란과 갈등의 나날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일, 그들의 주체적이고 건강한 성장을 독려하는 일이다.
<팬티 속의 나비>를 이끄는 두 주인공은 ‘늦된’ 아이들이다. 준비가 돼 있다고 믿지만,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고, 현실은 판타지를 배반한다. 루두두는 아직 생리가 없고 가슴도 짝짝이다. 매일 밤 풍만한 가슴을 갖게 되는 꿈을 꾸지만, 그건 꿈일 뿐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와의 환상적인 첫 섹스를 꿈꾸지만, 그것도 녹록지 않다. 로맹도 마찬가지다. 레즈비언인 엄마의 영향으로 잔뜩 위축돼 있는 자신이 ‘남자 구실’을 못할까봐 늘 걱정이다. 각자 연상의 타깃에게 목매고 있던 그들은 서로를 발견한다. 공감하고 교류할 짝을 만나는 뜻밖의 수확. 함께 포르노를 보고 성교본서를 읽으며 깔깔대는 그들에게선 두려움이나 조바심의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가 온전한 ‘십대들의 이야기’라고 믿게 되는 건, 젊고 발랄한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소녀 루두두의 시선으로 펼쳐지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소년 로맹의 시점으로 옮아가고,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남녀 두 감독의 합작품. 또한 가슴 때문에 고민하는 루두두의 무의식이 반영된 꿈은 귀여운 그림체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돼 웃음을 선사한다. 생물 교과 내용과 다르지 않은 성교육 수업을 받는 것보다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몇배는 더 유익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이 땅의 엄숙한 어른들은 ‘안 된다’며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겼다.박은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