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절반을 채워간다.
상반기, 그러니까 1월부터 6월까지 개봉한 영화 중 돈을 번 영화는 내가 알고 있기론 네다섯편이다. <나쁜 남자> <공공의 적> <집으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혹자는, 그만한 성적이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60편에서 70편 가까이 제작되는 한해의 영화 중에 통상적으로 10여편의 정도가 흑자를 본다고 할 때, 올해도 남은 절반인 하반기를 감안하면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들춰보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 외의 영화들의 손해액이 너무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충 특정 영화를 들어 예를 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망해서 속상한데 기자도 아닌 니가 거명까지 해가며 속을 긁을 이유가 뭐가 있냐고 따져들까봐 언급은 못하겠고, 우리 영화가 공동제작, 개봉한 최근작 <후아유>의 예를 들어보겠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 20억원에 마케팅비 약 12억원을 썼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국 약 20만명이 들었다. 극장수익 포함 기타수익을 예상해도 물경 20억원이 날아갔다. 밤 새우고, 코피 쏟고, 땀 흘리며 몸과 마음을 바쳐가면서 돈을 날릴 수도 있는 것 중 대표적인 일은, ‘도박’과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한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친구>의 연이은 성공, <엽기적인 그녀>와 <신라의 달밤>과 <조폭 마누라>와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의 놀라운 ‘떼성공’ 이후, 지금 한국영화 시장은 코피 쏟는 제작사와 투자사로 가득하다. 과장하자면, 피바다다.
지난해, ‘와라나고’ 영화로 묶여 불렸던 이른바 상대적으로 중·저예산의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영화가 용감하게 개봉하는 예도 올 상반기엔 드물다.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해보겠다고 야심찬 칼을 휘둘렀던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들이 번번히 깨져 나갔다. 그래도 지금 현재, 쉼없이, 여전히 가열찬 영화만들기는 계속된다. 6월 말 현재 제작중인 영화만도 30여편 가까이 된다고 한다.
올해는 근 몇년 중 가장 많은 편수가 제작될 것이라고도 한다. 어떤 벤처 캐피털의 CEO가 한 말이 기억난다. “성공이 가장 큰 적이다”라는. 2∼3년 동안의 성공이 주는 달콤함이, 두려움과 긴장을 없애고 배짱만 키워놓은 거 아닐까. 논리의 비약인가? 영화사는 셀 수 없이 늘어나고, 제작비는 겁없이 올라가고, 시장의 변화 논리에 따라 마케팅비는 미친듯이 퍼부어대는 작금의 영화시장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너, 두편 연달아 망하더니 쓸데없는 비관주의자가 다 됐구나라는 비웃음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심정은 지금 ‘낙담중’이다. 지난해 <씨네21>에 실린 본인의 인터뷰 기사 중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쩌고의 중간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실패를 두려워하진 않았다. 또한 매번 최선을 다했다고도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영화 산업의 욱일승천하는 성공가도가 가져온 ‘빠른 변화’-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에 기민하고 냉정하게 대처했는가라고 자문한다면 아니올시다이다. 한국영화의 미래에 대해 자만하진 않았지만 너무 우직했다고도 생각한다. 남들은 어떤가? 혹은 약삭빠른 생각을 했는가?
한국영화 산업의 바람직한 그림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상반기를 접는다.
바야흐로, 월드컵 특수 이후, ‘월드컵 후유증’에 시달릴 대중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하반기는 시작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