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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나의 완벽한 비서
오수경 2025-01-17

딸의 양육을 위해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한 ‘싱글 대디’ 유은호(이준혁)는 복귀 후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사에게 시달리다 해고 통보를 받는다. 헤드헌팅 회사 ‘피플즈’ CEO 강지윤(한지민)은 회사의 잘못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관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희생양이 되어 불명예 퇴사를 한 과거가 있다. 이들이 당한 이런 상황은 현실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주로 여성) 양육자들은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부당한 해고를 통보받는 일이 많다. 조직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희생과 침묵을 강요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비록 로맨스의 외피를 둘렀지만 오피스물로 봐도 무방하다. 지윤은 겉으로는 “돈값”을 강조하지만 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그 사람의 가치를 발견해주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의 이직을 돕는다. 드라마는 헤드헌터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사회 초년생의 성장 과정, 직장 내 관계의 역동, 작은 선의의 가치, 일의 의미와 보람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잘 구현했다. 그간 남성 상사와 여성 비서의 구도로 상상되던 것을 반전시켜 여성 CEO와 남성 비서 구도로 설정함으로써 달라진 사회상도 반영한 것도 의미 있다. 지윤과 은호, 그리고 피플즈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른들을 위한 성장물에 해당한다면, 죽은 언니의 아들을 입양하여 키우며 은호와 ‘육아 파트너’ 관계를 형성한 동화 작가 정수현(김윤혜)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는 책임과 돌봄의 의미를 폭넓게 생각하게 한다. 조직은 사람을 활용만 하다가 내치지만,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사랑은 책임과 돌봄으로 유지보수된다는 걸 적정한 온기의 이야기들을 통해 깔끔하게 보여주는 ‘집 밥 같은(집 밥은 아님)’ 드라마. 물론 지윤과 은호의 ‘멜로 눈빛’이 이 드라마의 매력의 핵심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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