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은 아파트 청약 당첨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과 함께 시작된다. 결혼을 앞둔 웹툰 작가 정서(나애진)는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혼 후 새 가족과 횟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영주(안석환)를 찾는다. 엄마 미영(박현숙)이 색소폰과 함께 건넨 옛날 차용증에 의지해 떼인 돈을 받기 위해서다. 고향 동해에서 아버지의 가족과 부대끼는 동안 정서는 의복동생 정해(김진영)와 유대하게 된다. 피 대신 돈으로 서로를 착취하고 되살리는 관계. <은빛살구>는 가족이라는 모델을 존속시키는 복잡한 역학을 가차 없이 통과해나간다. 장만민 감독은 돈과 생존에 얽힌 가족구성원의 시선을 다각도로 설득력 있게 경유하지만, <은빛살구>가 내러티브의 완성도와 핍진성을 우선하는 전통적 가족드라마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캐릭터들이 뱀파이어물의 등장인물로 묘사되는 판타지적 삽화와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과격한 캐릭터 조형, 인공적인 순간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전면에 나선다.
[리뷰] 온기어릴 찰나 송곳니를 드러내는, 홀로서기를 위한 드라마, <은빛살구>
글 김소미
2025-01-15
관련인물
- 박현숙 Park Hyunsook (1968)
- 안석환 AHN Suk-hwan (1959)
- 강봉성 Kang Bongsung (1989)
- 김진영 KIM Jin-yeong (2003)
- 장만민 JANG Man-min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