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로라(비앙카 델브라보)는 여동생 미라(딜빈 아사드), 스테피(사피라 모스페리)와 함께 엄마가 떠난 집을 지키고 있다. 보호자의 부재쯤이야 익숙하다는 듯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축하는 세 자매. 마트에서 생필품을 털고, 주인 없는 집에 무단침입해 음주가무를 즐긴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들의 파라다이스를 살아가던 아이들은 어느 날 스웨덴 사회복지국의 전화를 받는다.
영화 <파라다이스 이즈 버닝>은 스웨덴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하는 여성 청소년들의 걸후드 드라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2004). 숀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를 떠올리게 하는 이 세계가 품은 차별점은 감독 미카 구스타프손의 비서사적 시공간이다. 파괴적이고 충동적인 세 주인공의 성격과 생활 방식을 닮아 있는 편집 리듬을 따라가려던 관객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이때 주요한 힌트이자 방향키가 되는 것은 스웨덴이라는 영화의 국적성이다. 사회복지의 천국 스웨덴에서 사는 세 자매의 천국을 위협하는 자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복지국이 놓인다. 어른의 보호 의무를 강조하며 그것이 미흡할 경우 위탁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는 사회보장의 논리 대신, 아이들의 삶을 채우는 것은 약간의 범법 그리고 경계 없는 우정이다. 이들이 택한 논쟁적인 삶의 방식, 혹은 성장 전략은 그 자체로 신뢰 사회 스웨덴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 된다. 천국인지 야만인지 모를 이 행성에서도 인류가 공통으로 경험하는 첫 생리, 첫 음주, 첫 키스의 순간까지 카메라는 따뜻하게 포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