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군데의 비디오 가게가 망해버렸다. 거리 곳곳에 처분비디오 공고가 여기저기 크게 써 있는 것을 보고 나도 그곳을 한번 들러봤다. 이 가게는 워낙 구석진 곳에 있어서 별로 가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꽤 오랜 역사를 지닌 듯했는데. 하여튼 이렇게 해서 내가 가까이에서 갈 만한 우리 아파트 단지 내의 비디오 가게는 단 한곳으로 줄어버리고 말았다. 단지 안에 4개나 있었던 비디오 가게가 순식간에 한 군데, 제일 늦게 등장한 체인점 하나를 제외하곤 사르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체인점을 중심으로 나머지 세 군데가 반경 30미터 안에 위치했던 걸 생각하면 체인점이 얄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망한 두 군데 아저씨들은 각각 철물점으로 개업을 하든가 아니면 아예 집을 옮겨 회사를 들어갔다는 불확실한 소식만을 전해주고 있다).
물론 체인점은 성실히 일한 대가를 묵묵히 치르고 있을 뿐이다. 봐주기없는 연체료 제도를 보상하는 온갖 스티커, 쿠폰, 정액제에 따른 서비스. 빌린 지 이틀이 지나면 재깍 걸려오는 독촉전화. 같은 프로라도 ‘대박터질 만한 건’ 열몇개씩 구비해두는 성실한 상업마인드, 거기다 다른 가게들에선 아예 들여놓지도 않은 DVD를 처음 도입한 용기(?) 등등. 이곳이 얄미워지는 건 순전히 대여료보다 연체료를 많이 내는 불량고객의 정당치 못한 투덜거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건. 선택의 여지가 단 한 가지뿐이라는 건 어느 경우에나 상당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고, 그래서 왠지 슬퍼지는 것 또한 숨기지를 못하겠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