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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장 특별한 재료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인연의 끈> 마샤 엘스워스 감독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4-11-07

실 하나로 이어진 남과 여. 밭매느라 바쁜 남자와 집과 정원을 가꾸느라 정신없는 여자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다. 가까워질 듯 말 듯 가까워지지 않는 둘은 어느 날 오해로 인해 서먹한 사이가 된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길 반복하면서 결국 남자의 용기로 둘은 다시금 서로를 마주한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들은 서로에게 돌아갈 운명이다. 픽사 애니메이터이자 영화감독인 마샤 엘스워스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전통문화와 민요에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우크라이나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고, 그 마음으로 완성한 게 <인연의 끈>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해석되는 민요의 뜻과 조금 다른 변형도 생겨났다. “본래 민요에서는 여자가 더 다가가기 어려운 인물로 나타난다. 상대방 남성의 감정을 더 휘두르는 느낌이고, 남자는 그 점을 슬퍼한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친 관계보다는 두 연인이 서로에게 상호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대적인 관점을 넣고 싶어서 나의 해석을 더했다.”(마샤 엘스워스) 4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이야기는 통통 튀는 스티치 형식으로 이어진다. 실제 스티치로 하나하나 그린 것처럼 묘사가 디테일하고 섬세하지만 모두 3D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십자수를 활용해서 다양한 소품을 만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티치 방식을 떠올렸다. 다만 3D로 구현할 때 너무 현실적으로 보여지길 바라지 않아서 프레임을 조정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형태를 잡을 때 라이트로 그림자를 만드는데 전통적인 스티치가 지닌 2D적 느낌을 위해 일부러 그림자를 넣지 않았다.”

<인연의 끈>

현재 픽사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는 마샤 엘스워스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로부터 조언을 듣기도 했다. “대화가 없고 영상의 길이가 짧은 만큼 인물들의 감정연기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작품 중 인물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웃음을 머금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슬픈 얼굴에서 잠시 1초간 멈춰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조금 더 길게 잡아보라고. 그래야 관객들이 표정변화를 감정 변화로 인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액션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보편적으로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고민했다. 관객 입장에서 배경을 바라보는 방법을 생각했다.” 이어 마샤 엘스워스 감독은 <인연의 끈>에 담긴 고유한 다양성을 설명했다.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누고자 시작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의 정서나 분위기를 잘 몰랐다면 이 짤막한 단편영화로 가까워져보는 건 어떨까. 풍경, 민요, 악기, 십자수 등 낯설지만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민요 녹음도 2년 전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보컬리스트와 함께했다. 이 안에 우리의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