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저보다 달의 표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광활한 우주보다 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바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고래와 나>가 극장판으로 새로 개봉한다.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인 고래를 좇기 시작한 <극장판 고래와 나>는 자연스레 바다의 현재, 생태계 파괴, 종다양성의 획일화, 불법 포경 등 다양한 문제로 드넓게 뻗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극장판 고래와 나>는 잔혹한 현장을 비추기보다 바다의 아름다움을 조명하는 방식을 택한다. 대양을 유유히 탐험하는 물살이들과 그 주변에서 삶을 유지하는 동물들의 평온한 모습은 자연보호의 근본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고래의 자유로운 질주를 보다보면 해양 생명에게 환경문제로부터의 해방을 선사하고 싶어지고, 매일 다른 표정을 짓는 장엄한 바다는 모든 해양쓰레기를 소거하고 싶은 마음을 키운다. 그렇다고 영화가 순진무구한 세상만 보여주며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맡았던 이큰별 감독의 힘을 내세워 바다를 둘러싼 대기업의 횡포와 탐욕을 낱낱이 파헤친다. 실제 현장에 있던 용기 있는 제보자의 말까지 담아 작품의 신빙성을 높인다. 또 8K 카메라로 포착된 경이로운 장면은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을 만나 시너지를 낸다. TV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전하지 못한 연안의 위엄을 더 역동적이고 감각적으로 볼 수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포착한 혹등고래의 모유 먹이는 장면은 놓치지 말 것.
[리뷰] “바다가 고래를 위해 푸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고래를 위하여>), <극장판 고래와 나>
글 이자연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