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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인 소비자층을 10~20대로 삼아 마케팅한다, 박종원 라프텔 대표
이우빈 사진 최성열 2024-01-05

OTA 시장을 말할 때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을 빼놓을 순 없다. “공중파, 케이블TV 등의 애니메이션 시청 환경”이 붕괴했던 2010년대 초중반, “OTT로의 전환이 이뤄지던 당대 미디어 생태계의 상황”을 포착했던 라프텔은 OTA라는 새로운 환경의 선두 주자가 됐다. OTA의 특징 중 하나는 4/4분기에 맞춘 고전적 방영뿐 아니라 여러 애니메이션 시청자의 니즈를 다방면으로 충족한단 점이다. 이를테면 라프텔은 최신작에 몰두하는 10~20대뿐 아니라 30대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과거 TVA로 방영된 <꿈빛 파티시엘>이나 <디지몬 어드벤처>의 더빙판을 복원해 공개하고 있다. 또한 자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일본산 TVA가 아닌 한국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독자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라프텔에 공개된 애니메이션만 3천여편, 매년 150여편의 신작과 50여편의 구작이 공개된다. 기존 일본의 TVA, OVA 개념을 넘어 OTT의 지면 위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형태인 OTA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만화·웹툰·애니메이션·웹소설 등 서브컬처 콘텐츠의 추천 서비스로 시작한 라프텔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창 불법 애니메이션 시청이 통용되던 시기에 ‘정의롭고 당당한 덕후를 위한 스트리밍’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출범했다. 그리고 2023년에 이르러 ‘애니메이션은 라프텔!’이란 인식이 업계 전반에 뿌리내렸고, 사업 초기에 비해 이용자 수는 1500배 이상 늘었다. 2015년에 공동 창업자로 라프텔에 들어와 2022년 8월부터 단독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박종원 대표에게 라프텔의 흥미로운 모험기를 물었다.

-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 만화책이나 웹툰 시장은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가 꽉 잡고 있어 진입이 어려웠다. 신생 기업인 우리로선 콘텐츠 수급에 필요한 미니멈 개런티(수익 정도와 무관하게 무조건 지급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금액.-편집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만화보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수급 비용이 더 쌌다. 오랫동안 활동 중인 대원미디어, 애니플러스 같은 기업이 있었으나 시장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공중파 등 레거시 미디어 채널을 통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주춤했지만, 불법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를 보면 절대 애니메이션이란 콘텐츠의 부진은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미국은 이미 넷플릭스 같은 OTT로 전환되던 시기였기에 이때를 잘 파고들면 기회가 충분히 있겠다고 판단했다.

- 콘텐츠 수급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 대원미디어, 애니플러스, 애니맥스처럼 외국에서 콘텐츠를 구매해 유통하는 CP사들이 있다. 돈 문제를 떠나서 CP사들은 이미 독자적인 채널이나 플랫폼도 있으니 콘텐츠를 선뜻 공급해주진 않는다. 신생 기업인 우린 몸으로 부딪치면서 읍소했고, 애니메이션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거라는 말로 설득했다. 20대 후반 정도 되는 젊은 애들이 계획서도 들이밀고 동분서주하는 걸 보면서 중소 CP사부터 대형 회사까지 점차 공급을 허락해주셨다.

- 국내에 애니메이션 CP사는 얼마나 있나.

= 대형, 중소 규모의 기업을 다 따지면 20곳 정도다. 지금은 CP사에서 먼저 라프텔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싶다는 제안을 많이 하기도 한다.

- 스트리밍 사업의 성장세는 어느 정도인가.

= 사업을 론칭한 2017년 3분기와 올해 2~3분기의 이용자 수를 비교하면 1500배 정도 늘었다. 계속 우상향 중인데 콘텐츠 암흑기가 오면 정체하거나 소폭 떨어질 때도 있다. 정량적 평가뿐 아니라 인식의 변화도 크게 느끼고 있다. 여전히 불법 스트리밍이 많긴 하지만, 이제는 수용자들 사이에서도 불법에 대한 거부감과 합법 서비스에 대한 옹호가 많이 늘었다. 연예인들도 애니메이션 팬임을 자처하기도 하고, 서브컬처라곤 하지만 문화적으로 당당하게 즐기고 소비한다는 분위기가 늘었다고 느낀다.

- 콘텐츠의 암흑기나 흥행기가 있다고 했는데 올해는 어땠는지.

= 올해는 전체적으로 우상향이었고, 특히 2분기에 크게 성장했다. <귀멸의 칼날>과 <최애의 아이>라는 빅 타이틀 두 작품이 견인했다. 디즈니+의 <무빙>처럼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킬러 콘텐츠가 중요하다. 인기작 한두개가 주는 영향력이 무척 크기에 현지에서부터 화제성이 있던 작품들에 마케팅이나 경영 전략의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 일본은 4/4분기 기준으로 애니메이션을 편성한다. 재패니메이션을 수급하고 방영할 때의 일정도 이에 맞추는지.

=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만화 원작이 인기 있었거나 현지에서 화제성이 높았던 콘텐츠를 골라 CP사가 들고 오기에 이 부분에 대해 더 관여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플랫폼과 경쟁해 라프텔 독점으로 콘텐츠를 갖고 오는 방법이 있겠다. 하지만 현재 시장 환경에선 쉽지 않다. 최근에 워낙 많은 채널과 OTT가 생겨난 데다가, 라프텔의 수치적 성과를 봐서인지 다른 OTT들도 애니메이션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 애니메이션의 코어 수용자층을 잡고 있는 라프텔만의 강점이 있어 보인다.

= 맞다. 다른 OTT에서도 트는 대중적 작품 외에 라프텔에서 유독 인기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타 OTT와 같은 작품을 틀더라도 라프텔의 매출이 더 잘 나오는 편으로 알고 있다. ‘애니는 라프텔이다!’라는 인식이 마니아들 사이에 많이 퍼져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주요 수용자층과 라프텔의 메인 소비자층을 10~20대로 삼고 있고, 실제로 젊은 층이 좋아하는 작품이 잘나가는 편이어서 고무적이다. 10~20대에 맞춘 라프텔만의 마케팅 방법도 뚜렷하다. 여타 OTT는 보통 30일 무료 체험 같은 서비스를 하는데, 우리는 5일 무료에 친구를 초대하면 3일을 더 해주는 식으로 진행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을 퍼뜨리고 싶어 하는 세대의 특성에 맞춘 것이고, 빠른 성장세를 이룰 수 있었다. 무료 기간을 10년 가까이 채운 구독자도 있을 정도였다. 또 만우절 이벤트로 메인 화면을 강의 형태로 바꾸는 등 사소해 보이지만 서비스를 10~20대 취향에 맞추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 독특한 컬렉션 전략도 눈에 띈다. ‘친구 따윈 필요없다고 생각한 적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이 남자들, 진득하게 얽히고 있습니다’와 같은 문장으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분류하고 추천하고 있다.

= 컬렉션은 순수 100% 사람이 직접 만들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는 ‘찐 덕후’들로만 모인 내부 운영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해서 만드는 문구들이다. 작품의 내용, 마니아들에게 유행하는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녹여내고 있다. AI로는 아직 불가능한 작업이다.

- 10~20대뿐 아니라 20~30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 시행착오를 꽤 겪었다. <세일러문>은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도 생각보다 잘 안됐다. 대신 <꿈빛 파티시엘>이란 작품은 사용자들의 반응도 좋고 성과도 좋았다. 30대 초반의 수용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작품까지가 유효한 것 같다. 이처럼 기존의 애니메이션 마니아뿐 아니라 더 폭넓은 수용자층을 포괄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자체 제작 사업을 늘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 자체 제작 사업의 비중을 어떻게 확장해갈 예정인지. <그 여름>을 올해 극장판으로 개봉했다.

= <그 여름>은 특수한 사례였다. 원래부터 극장판을 고민하던 작품이었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 제작에 대해선 우리도 노하우가 많지 않았고, 일본처럼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짧은 호흡의 작품부터 시작해서 점차 반응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시장성이 부족하긴 하다. 새 사업은 언제나 도전하는 과정이고 손해 보는 장사다. 작품의 퀄리티가 문제인지, IP 차원의 문제인지 등 내부적으로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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