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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무인도의 디바’

“무댄 포기 안 해. 대신 노래는 네가 해. ‘그날 밤’으로. (중략) 우리 서로 ‘윈윈’이잖아.” 성대결절로 라이브에 문제가 생긴 왕년의 디바 윤란주(김효진)는 더덕 축제 무대 뒤편에서 노래를 대신해준 자신의 팬 서목하(박은빈)에게 블라인드 경연 예능 ‘N번째 전성기’의 립싱크를 제안한다. 31살의 목하와 42살의 란주가 서로 인생 역주행의 기회가 되어주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15년이 지체된 둘의 만남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중3이었던 목하(이레)는 란주의 기획사로 오디션을 보러 가던 길에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고, 목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대신 응모해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줬던 친구 정기호(문우진)는 란주를 찾아가 목하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란주가 2008년 발표한 ‘그날 밤’은 목하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과 목하의 생존을 믿는 기호의 기다림에 관한 노래다. 란주는 무인도에 15년간 고립되었던 목하가 방송을 이용해 기호를 찾고, 자신에게 다시 향하는 대중의 환호도 계속되길 바랐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박혜련 작가의 2017년작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검사 출신 변호사 이유범(이상엽)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윈윈”이었다. 무기징역 엔딩을 맞는 유범의 증거 조작과 여럿의 간절함이 깃든 립싱크 무대가 같다곤 할 순 없지만 <무인도의 디바>에는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 앞에서 선한 의도 뒤로 숨지 않게 붙드는 이들이 있다. 박혜련 월드의 인물들은 진실을 직면하며 강해진다. 특별한 용기가 있어서 회피하지 않은 게 아니라 회피하지 않은 경험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 그 처음을 위해 머뭇거리는 걸음을 같이 떼어주는 이들도 반드시 존재한다. 후회하고 자책하던 해묵은 관계들을 마주하도록 도운 목하가 있어 강해진 란주는 진실을 밝히는 목하의 무대에 “잘해서 질투조차 안 났”다고 개운한 찬사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CHECK POINT

기호와 목하는 멍든 팔다리를 가리려 여름에도 동복을 입는 아이들이었다. 어린 목하가 가정 폭력을 신고했을 때 출동한 경찰이 기호 아버지였다. 목하 아버지가 아내 없이 혼자 딸을 키우는 서러운 신세를 하소연하면 “팔자가 죄”라고 역성을 들어주는 경찰의 말을 도리 없이 삼키던 목하는 15년이 흘러 기호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잠적한 아들을 집요하게 찾는 그가 “내가 오해를 많이 사는 팔자”라고 하자 목하는 “그 정도면 팔자가 아니”라고 답한다. 저만 애처로운 폭력 가부장의 자기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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