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이 토크룸에서 개봉작 감독, 배우들을 만나 대화를 나눕니다. 토크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X 계정(@cine21_editor)과 유튜브 채널(@cine21tv)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홍사빈은 오디션을 회상하며 연규 역이 간절했던 이유를 돌이켰다. “20대 남자배우로서, 이 영화가 제게 좋은 인장을 남겨줄 것 같았어요.”
그들 사이의 동태찌개와 햄버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인 10월 첫 주말. 영화제 초청작이자 곧 개봉을 앞둔 <화란>의 배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 그리고 김창훈 감독이 부산에 닻을 내린 <씨네21> 토크룸에 들렀다. “맥주 한잔 드려요?” 송중기 배우가 생애 첫 라이브에 긴장한 홍사빈의 등을 토닥이며 출항한 방송은 <화란> 속 음식 이야기로 나아갔다. 현실이 미운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할 때, 둘 사이엔 동태찌개가 있다. 배우들은 새벽 촬영 중 국물이 점점 진해져 애를 먹었지만, 연규의 변화를 그려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특히 홍사빈 배우는 이날에야 사실 파를 싫어해 골라내느라 분투했다고 털어놓아 송중기를 놀라게 했다.
한편 햄버거는 어른의 손길로부터 멀어진 연규와 그의 동생 하얀(김형서)에게 거의 주식처럼 보인다. 티격대는 장면을 찍으며 홍사빈 배우에게 피클을 던졌던 김형서 배우가 웃었다. “저는 오빠와 달리 편식을 전혀 안 하는데, 이런 반대되는 상황이 재밌었어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을 믿으며 하고픈 일을 하길 바라요. 제게 그런 점이 부족했거든요.” 지금 ‘신인배우’ 송중기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시청자 질문에 그가 진심 어린 답변을 들려줬다.
매력적인 갑갑함 속으로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일이잖아요.” 유독 식탁 위에서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롭게 묘사되는 것 같다는 감상에 김창훈 감독이 답했다. “찌개 신은 연규가 치건의 세상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예요. 햄버거 신은, 속으로는 아끼지만 겉으로는 퉁명스러운 남매가 화해하는 시점에 소년, 소녀답게 장난치는 모습이 있었으면 해서 만들어졌어요.” 물론 <화란>은 내내 음습하고 종종 잔인하다. 빛은 어디쯤일지 반문하게 한다. 송중기에 따르면 이는 “시네마적으로 매력적인 갑갑함”. 그 마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설득하고 싶었을 송중기, 홍사빈은 입을 모아 “절제”를 말했다. 감정을 내지르기보다 서로에게 반응하며 연기했다는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한 강한 신뢰를 쌓았다며 잠시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화란> 덕에 영화 밖 관계가 좋아졌다는 김형서 배우의 고백도 뒤를 이었다. 연기로나마 연규와 하얀 사이를 경험하며, 실제 자매끼리 나눠야 할 사소하고도 중요한 표현들을 다시 익혔다고. “동생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편해지더라고요!”
‘참지 않는’ 김형서는 진중한 하얀을 연기하며 “더 나은 선택”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찾아가는” 자세를 배웠다고.
<화란>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내가 연규, 하얀 나이에 사랑한 영화
홍사빈 <디스트릭트9>, “처음엔 외계인이 나와 신기했는데 다시 볼 때마다 슬퍼져요.”
송중기 <가을의 전설>, “한 남자의 정서를 따라가는, 그 시절 제게 많은 감정을 전해준 영화예요.”
김형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상한 애’라는 말을 많이 들어온 제게 큰 위로였어요.”
김창훈 <올드보이>, “러닝타임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어요. 대사를 외울 정도로 많이 봤고요.”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홍사빈 <벌새>. “연규가 영지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다면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었을 거예요.”
송중기 <리틀 포레스트>. “치건이가 자연에 나가서 이 세상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으면 해요.”
김형서 <미드소마>. “하얀이가 이 영화를 보면 ‘그래도 우리 가족이 낫다!’고 하지 않을까요?”
*김창훈 감독을 꿈꾸게 한 영화
“<쥬라기 공원>은 처음 영화를 꿈꾸게 했고, 영화를 공부하는 동안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박하사탕> <마더>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화란>은 다르덴 형제의 초기작들과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