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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지휘자 부자의 대결, '마에스트로'
남선우 2023-08-08

※ <씨네21>이 더현대서울 CH1985에서 상영회 & 시네마톡 행사를 진행합니다. 시네마톡에서 나눈 영화 이야기를 <씨네21> 홈페이지에서 글로 전합니다.

<마에스트로>

아들을 질투한 아버지?

<마에스트로>

같은 업에 종사하는 가족 이야기는 아랫사람이 겪는 진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집안에서 꿈과 벽을 모두 마주하는 인물은 성장담의 주인공으로도 환영받는다. 더군다나 부모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식은 연민을 얻지만 자식을 질투하는 부모는 빈축을 산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의 탈무드 연구자 부자(父子)를 클래식 지휘자들로 탈바꿈한 영화 <마에스트로>의 시작은 제법 선언적이다. 이미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프랑수아(피에르 아르디티)는 아들 드니(이반 아탈)의 유명 음악상 수상 소식이 마뜩찮다. 아내와 손자가 참석한 시상식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마에스트로>

트로피를 건네받는 아들의 모습을 생중계로 보다가 TV 전원을 꺼버린 그가 LP로 재생한 곡은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회한에 젖기 좋은 선율인 것과 별개로 이 선곡은 의미심장하다. 아들에 대한 영향력을 재확인 받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엿보이는 제목인 한편 이 곡은 드보르작이 세 자녀를 차례로 잃은 뒤 자기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다.

<코다> 제작자, 클래식 애호가 감독을 만나다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

프랑수아는 드니를 잃었다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아들을 능가하는 명성을 탐하는 스스로가 아버지의 자격을 잃었다고 여기는 걸까? 부자의 갈등은 같은 성씨를 가진 두 사람의 이름을 착각한 직원의 실수로 아들에게 가야 할 ‘라 스칼라’ 음악감독 제안이 아버지에게 도착하면서 본격화된다. 그동안 <마에스트로>는 단순한 감정 묘사처럼 보이는 장면도 배경 음악과 엮어 해석하고 싶게 한다. 드니 커플의 언쟁을 촉발하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이 흘러나올 때가 대표적이다.

<코다>

이는 제6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이 프랑스 영화<미라클 벨리에>와 그 미국판 <코다>의 제작자인 필립 루슬레를 거쳐 감독 브뤼노 시슈에게 닿은 결과다. 시슈는 라이벌이 될 부자의 직업으로 의사, 사학자 등을 고려하다 원작과 비슷한 관계에 놓인 지휘자 부자를 안다는 지인의 귀띔에 각색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감독 자신도 클래식 애호가인 덕에 <마에스트로>는 원작의 영감을 간직하되 전혀 다른 결의 음악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꿈을 다루는 세 가지 유형

<마에스트로>

<마에스트로>는 음악이라는 소재를 빌려 꿈을 다루는 몇 가지 유형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첫째는 프랑수아와 드니 부자로 상징되는 성취지향형이다. 실력만큼이나 욕심도 닮은 두 남자는 불안을 억누르면서 전진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그런 드니에게 애인이자 오케스트라 세컨드 바이올린 연주자인 비르지니(캐롤라인 앤글라데)는 안주하는 음악가로 보인다. 드니는 그에게 ‘미래의 퍼스트’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지만 청각에 문제가 생긴 비르지니는 자리에 대한 집착을 버린 지 오래다. 종국에 이 차이는 연인 사이를 흔들고 만다. 이런 종류의 엇갈림을 보고 자란 탓일까? 드니의 아들 마티유(닐스 오테닌-지라르)는 아빠에게 음악가가 될 생각이 없다고 못 박는다. 시슈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드니는 자신이 아버지 프랑수아와 겪은 일을 자기 아들과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요리학교에 가겠다는 마티유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영화는 그들 중 한 명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순수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피날레는 8월9일부터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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