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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유튜브 '채널 십오야'

TV를 보지 않는 세대가 늘어나고 시청률의 의미가 달라진 시대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고민할까. CJ E&M 산하 스튜디오 ‘에그이즈커밍’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는 얼마 전 ‘침착맨에게 배워왔습니다’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다. 웹툰 작가에서 유튜버로 성공한 ‘침착맨’ 이병건은 자신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나영석 PD에게 ‘집중 안 해도 되고 안 들어도 전혀 안 아까워야 사람들이 방송을 켠다’라고 조언했다. 이서진, 김종민, 차승원 등이 나영석 PD와 마치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그렇게 나왔다.

<채널 십오야>의 장점이 연예인 섭외만은 아니다. 에그이즈커밍 작가, 조연출 등이 등장하는 ‘스탭입니다’, 나영석 PD와 함께 일하다 이직한 PD들이 출연하는 ‘집 나간 PD들’은 예능판 <미생> 같은 방송이다. 촬영에 필요한 음원 CD를 통째로 잃어버리고, 술 마신 뒤 잠들어 답사 갈 비행기를 놓치는 등 온갖 실수를 저지르던 신입은 “누구의 잘못이건 해결하고 넘어가 는 게 우선”이라고 여기며 문제를 수습해준 선배들 덕분에 어엿한 메인 작가로 성장했다. 고된 신입 시절, 눈만 마주치면 그만두고 싶다 하소연하던 PD와 작가는 10여년 뒤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을 같이 만들었다. ‘꼰대’라 놀림받는 역할을 자처한 나영석 PD가 슬슬 판을 깔아주면 후배들이 현장의 고충을 털어놓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상황 봐서 결정하자”라는 윗사람의 한마디가 어떤 혼란을 가져오는지 깨닫고, 회의실의 판단보다 믿을 만한 건 현지 실무자의 의견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요즘 애들’이나 ‘MZ세대’가 어떻더라, 라는 밈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팀을 이룬 사람들과 일이 ‘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면에서 콘텐츠 업계가 아닌 조직의 관리자들도 참고할 만하다.

CHECK POINT

신입은 눈치보느라 괴롭고 실무자는 일하느라 힘들고 관리자는 외로워서 서럽다. 회식 때 후배들이 자신의 옆자리를 피한다는 걸 깨달은 나영석 PD는 회사 체육대회를 열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한다. 노는 데 카메라를 돌리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지고 유튜브에 업로드된 일명 ‘나육대’ 영상에서 그는 또다시 ‘소통왕 영석’으로 희화화되지만, 맛있는 밥과 상품과 상금이 동반된 남의 회사 행사는 확실히 재미있어 보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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