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공포영화 <디 아더스>로부터 영감받아 설계된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고삐 풀린 포크 호러’ 대담이 열렸다. 세션1 ‘21세기 포크호러: 왜 지금?’에는 포크 호러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다큐멘터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를 연출한 키에르-라 재니스 감독,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산업 컨설턴트 제임스 마쉬, 영화 프로듀서이자 장기간 시체스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마이크 호스텐치가 초청되었다. 세 영화인은 포크 호러의 정의에 대해, 또 지금 포크 호러가 재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담을 나누었다.

- 각자 포크호러를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부터 세 분에게 여쭙고 싶다.

키에르-라 재니스 규정하기 쉽지 않은 장르지만 충돌이라는 개념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각자의 신념과 반대되는 것의 충돌, 도시문화와 시골문화의 충돌,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간의 충돌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꼭 시골 배경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의 충돌이나 갈등, 균열이 발생한다면 도시 중심의 포크 호러 영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제임스 마쉬 한 집단 안에 새로운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우리를 위협하는 무언가라 여기고 즉각적으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마이크 호스텐치 이 장르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매우 절망적인 상태에서 끝난다.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끔찍한 결말이 주는 여운은 너무나 강력하고 불편해서 여타 영화들보다 관객의 가슴 속에 오래 남는데 나는 이런 식의 엔딩이 포크 호러적이라고 생각한다.

- 포크 호러 영화에 내재된 근원적인 충돌이 창작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렇다면 포크 호러가 다른 호러 장르 영화와 구별되는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임스 마쉬 핵심은 분위기다. 포크 호러는 점프 스퀘어식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호러 장르가 아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을 끝까지 끌고 나간다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 기이한 상징을 사용하는 것도 이 장르만의 특징이다. 소규모 커뮤니티에 깊이 뿌리내린 신념에 대한 오해라기보다는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평소와 달리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이 장르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마이크 호스텐치

- 영화학자들이 종종 ‘불경스러운 삼위일체’라고 부르는 포크 호러 대표작 <심판>(1968) <사탄의 피부>(1971) <위커맨>(1973)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 보고 싶다.

마이크 호스텐치 세 편 다 현대까지 이어진 훌륭한 작품들이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권력으로 강력해진 남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권력형 남성의 겉모습 안에 실은 여성을 무서워하는 남성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 내게는 흥미롭다.

제임스 마쉬 <위커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영화의 배경인 서머아일 섬은 식량도 상당히 많고 섬 주민들 모두 행복한 것 같은 유토피아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구리를 입 안에 넣어 목(성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등 알 수 없는 민간요법을 쓰거나 사람을 희생해 신의 노여움을 누그러뜨리려 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주인공 경찰 닐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끔찍한데, 가장 두려운 포인트는 섬 주민들이 자기들이 하는 모든 일들이 정말로 옳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키에르-라 재니스 십대 때 <위커맨>을 처음 봤다. 당시에는 서머아일 섬이 실제로 있는 줄 알았고, 너무나 살기 좋아 보여서 이사 가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웃음)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남긴 유산이 어마어마하다. 포크호러란 곧 애매모호함이라는 것, 고립된 커뮤니티에서는 이상한 풍습이나 신념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키에르-라 재니스

- 포크 호러 장르는 1970년대 전후, 영국의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활발하게 쓰이며 10년 정도 전성기를 가졌다. 그러다가 80년대 이후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000년대 이후 벤 휘틀리의 <킬 리스트>(2011) 같은 영화를 통해 불려 나와 지금에 이르렀다. 재등장 이후 현재 전 세계 호러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부상한 이유를 세 분 모두 무엇이라고 보나.

키에르-라 재니스 의외로 간단하다. 포크 호러 안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타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이질감 느끼고, 위협적이라 여기며, 그것의 등장 자체를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출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어지고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가 전 세계적인 화두였지 않나. 빵집에 가는 대신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 방법, 마트에서 음식을 사는 대신 자연에서 버섯을 캐는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시기에 포크 문화가 하나의 해결책처럼 여겨진 측면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포크 호러까지 관심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제임스 마쉬 유행이 유행을 부르는 지점들이 있다고 본다. 히트작이 하나 나오면 그것과 비슷한 경향의 작품들이 한동안 계속 나오지 않나. 현실적으로 봐도 현 시류에 올라타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크 호러 장르가 영상콘텐츠 제작자들의 호감을 사는 것 같다. 또 포크 호러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불안을 껴안고 사는 21세기 현대인들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마이크 호스텐치 OTT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쓱 둘러보기만 해도 포크 호러 영화들이 아주 많이 들어와 있다 보니 이 계열의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2010년대에 태어난 알파 세대들이 이런 영화들에 빠르게 반응하고 감상을 전파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제임스 마쉬

- 영국 중심의 고전 포크 호러와 달리 아시아 및 중남미 지역의 포크 호러 계열 영화에서 각자 어떤 부분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마이크 호스텐치 아시아에서는 포크 호러적인 요소들이 감염처럼 물리적으로 쓰인다는 게 내게는 흥미롭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발달한 바디 호러가 섞인 작품들에서 이런 지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찾아보길 권한다.

제임스 마쉬 아시아의 포크 호러 영화에서 서양의 그것보다 미신을 더 믿는 경향이 발견된다. 서양은 즉각적으로 거부하는데 아시아는 비교적 오픈 마인드인 것 같고,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여기는 것 같다. 귀신이나 괴물, 요괴 등이 부정적이거나 무서운 존재로만 표현되지 않고, 지하 세계가 모험이 가능한 긍정적인 차원으로도 그려진다는 점 그래서 아이들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포크 호러 영화가 많다는 점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