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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 방한… 박찬욱 감독, 산업 전문가들과 만나다
김소미 2023-06-29

VFX 파트너 대담 세션에 참여한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가 실시간 렌더링 기술로 기자회견장스크린에 크리처를 등장시키자 테드 서랜도스 CEO가 다가가 손을 잡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워싱턴DC에서 성사된 만남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6월20일, 테드 서랜도스가 창작자들과 산업 전문가들이 건네는 구체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16년 넷플릭스 최고 운영 책임자(COO)로 방한한 이후 7년 만이다. 6월21일 CGV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대담을 가진 데 이어 6월22일 광화문에서 콘텐츠 제작자 및 VFX 파트너들과 만남을 가진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는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크게 성공한 <오징어 게임>의 지표를 이기기는 쉽지 않겠지만 향후 잠재력을 생각하면 한국 콘텐츠는 이제 막 출발점을 보여준 것뿐”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제작될 5편의 작품 중 1편이 신예 작가 혹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앞으로도 미래의 작가, 감독의 산업적 육성에 기여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제2의 박찬욱을 위해 필요한 것, 다양성

테드 서랜도스 CEO(왼쪽), 박찬욱(오른쪽).

“<전,란>은 오랫동안 써온 각본으로 본격적으로 집필해서 완성한 것은 2019년이다. 규모감 있는 무협 액션 장르의 사극인데, 넷플릭스가 좋은 지원을 약속해줬고 간섭도 별로 없다. (웃음) 창조적인 결정에 있어 스튜디오의 문화와 정서가 어떠한가가 중요한 요소인데 <전,란>은 넷플릭스와 그런 면에서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작가이자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이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대해 밝힌 첫 소감이다. 테드 서랜도스 공동 CEO는 “한국 역사와 매우 밀접한 주제를 가진 <전,란>을 거장과 함께하게 되어 기쁘고 앞으로도 예산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창작자가 원하는 스토리를 최대한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모델이고 이것은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왔다”고 화답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담은 미래의 영화인들과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새롭게 전망한다는 주제를 갖고 객석에 젊은 영화학도들을 초대했다. 2017년 넷플릭스의 첫 영화였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거대한 공을 쏘아올린 <오징어 게임>까지, K콘텐츠의 호황기를 바라보는 박찬욱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독재정권, 빠른 산업화, 현재의 계급과 젠더 갈등까지 다사다난한 역사를 압축적으로 겪은 한국인들은 웬만한 자극에는 끄덕도 안 한다. 웬만한 것으로는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니 복합적인 감정을 큰 진폭으로 그리는 스타일이 자리 잡았고, 인류가 가진 보편적인 감정을 강하게 건드리는 한국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어떤 영화는 차분하고 냉정할 수도 있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것을 미덕으로 갖기도 할 텐데 지금은 다소 자극적인 면에 치중된 경향이 있다.” 테드 서랜도스는 국가 주도 산업으로서의 역동성을 높이 샀다. “도전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문화일수록 영화산업이 호황을 이룬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좋은 영화, 훌륭한 감독에 대한 국민적인 자긍심이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거대 공룡 OTT의 공동 최고경영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이야기와 영화는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테드 서랜도스는 “좋은 영화의 요건은 타인의 감정을 깊이 연결해주거나 현실 세계의 해방구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영화는 개인이 경험하는 인생의 한정된 영역을 넓혀준다”면서 “넷플릭스 영화 중 <로마>를 가장 좋아한다. 1970년대 멕시코시티에 사는 가정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영화는 나와는 다른 사람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낸다. 이국적 풍광을 보여줄 수도, 전혀 모르던 직업 세계를 파고들 수도, 혹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관계를 지독하게 파고들어 인간 심리를 잘 묘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빌려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낼 감독 개인의 역량과 태도에 대해서도 넌지시 조언했다. “같은 작품을 두고 누군가는 내게 실험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대중적이라고 한다. 나는 언제나 내가 제일 재밌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왔을 뿐이다. 다만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은 놓치지 않는다. 정서경 작가든 가족이든 누구든 닥치는 대로 물어본다. 대화 과정에서 ‘안 통하는구나’ 깨닫는 순간엔 바꿔야만 한다.”

끝으로 테드 서랜도스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쳐온 영화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은 스토리텔링 방식이 진화할 기회 또한 마련했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 다양해졌고 넷플릭스 역시 이를 더 좋은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 역시 “영화의 미래는 ‘다양성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보는 입장에서도 영화의 세계는 넓어지고 있다”면서 격변하는 영화의 시대를 마주하는 창작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 이어지는 기사에서 넷플릭스와 K콘텐츠 기획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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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