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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1호 [인터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 “영화에 무엇을 더할지 고민한다”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3-06-29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018년 여름 임명 이후 다섯 번째 부천영화제의 문을 연다. 코로나19와 극장가의 위기, OTT 플랫폼의 성쇠를 모두 지켜보며 그는 “다른 영역과의 융합을 통한 영화의 확장을 시도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동시대성을 반영한 영화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신철 집행위원장의 말을 따라, 6월29일 개막을 앞둔 부천영화제의 면면을 미리 살펴보았다.

- 2018년 8월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되고 벌써 5번째를 맞이했다. 지난 시간을 평가해본다면.

= 임명 첫해에는 이미 준비된 영화제를 진행한 터라 실질적으로 두 번째 해부터 의미가 컸는데 그때 딱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렸다. 당시 영화제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제한된 상황에서 행사 진행도 어렵고 규모도 축소됐다. 그래서인지 영화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지난해 이어 두 번째인 느낌이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각광받으면서 영화계의 위기가 피부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이제는 극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할수록 관객의 선택과 성향 또한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전에는 극장에 모여 영화를 봐야 하는 ‘갇힌 관객’으로서 존재했다면, 이제는 그런 환경에서 모두가 해방됐다. 영화 큐레이션부터 상영시간까지 집에서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극장을 벗어난 관객에겐 과거의 영화의 의미를 적용할 수 없다. 이제는 영화를 다시 정의할 때가 왔다.

- 부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시리즈와 영화의 경계가 이제 불분명해졌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이나 <왕좌의 게임>도 일종의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들린다.

= 맞다. 큰 규모의 OTT 오리지널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과연 자신이 무엇을 봤다고 생각할까? 기존에 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배우와 감독, 스탭들을 OTT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과연 시리즈와 영화를 철저히 분리해 수용하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시리즈를 통해 영화적 경험을 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영화 안에서 시리즈를 본다. 이렇듯 스트리밍 서비스가 영화와 시리즈를 모두 아우르며 대중에게 보편화된 상태에서 개별 작품의 차별성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움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극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영화제 또한 직접적이고 내밀한 영향을 받게 된다.

- 올해 부천영화제는 2021년부터 이어진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을 계속 이어가면서도 ‘영화+’라는 의미를 더했다. 실제로 대중음악 프로듀서 250(이오공)과 함께 K팝과 영화 사이의 교집합을 말하는 등 영화 바깥의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 게임, 웹툰, K팝 등 영화가 함께 융합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이, 자주 말하려 한다. 이제는 영화가 하나의 클래식 시장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니악해졌달까. 예를 들어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체 인구수 대비 대중문화예술 영역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앞으로 영화에 무엇을 더할 것인지 묻는다. 영화에 시리즈를 더하고, 웹툰을 더하고, 게임을 더하면서 콘텐츠 시장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융합의 시대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 개막작으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선정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을 초청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고.

= 아리 애스터와 부천영화제. 말만 들어도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웃음)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유전>부터 <미드소마> 등 감독의 전작만 봐도 장르영화를 즐기는 부천영화제와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부터 애스터 감독을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였는데, 이번에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마침 국내에 수입되면서 내한 방문 시기를 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애스터 감독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연출과 이야기를 모두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열정이 담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할 수 있어 좋았다.

- 폐막작으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모두의 노래>를 선정했다. 이 작품의 어떤 점이 올해 부천영화제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나.

= 고전적인 공포심과 장르영화의 생동한 감각이 잘 묻어나는 영화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워낙 공포영화의 대가니까. 특히 <모두의 노래>는 사운드에 공들인 작품이라 관객이 청각적 정보에 신경 쓰며 보면 좋겠다.

- 올해 페스티벌 아이덴티티에서는 부천시와의 동행을 나타낸 ‘5027’이라는 상징이 눈에 띈다. 부천시라는 지역의 역사를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

= 부천시가 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부천엔 정말 흥미로운 역사가 있다. 지방의 많은 사람이 부천으로 이주하면서 크고 작은 공장 부지가 생겨나고, 그사이엔 많은 이야기가 태동했다. 이주민의 삶과 디아스포라, 노동 착취와 불공정, 소시민의 삶 등.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문화적 관점으로 아우르고자 했다. 지금 부천시에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이야기를 기반한 콘텐츠 예술제가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올해 이러한 역사적 의의를 시민, 관객과 나누기 위해 영화제 일정을 부천시가 시로 승격된 7월1일에 맞춰 조율하기도 했다.

- 부천영화제의 장르 특성상 특정 마니아층만 즐길 수 있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상한 어린이 심사단’을 꾸리고 가족 중심의 영화를 선정하기도 했다. 경계 없는 관람객을 환영하는 것과 장르영화제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좁히려 했나.

= 김홍준 감독이 조언을 해주었다. 아주 세고 임팩트 강한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면 그와 반대되는 대중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작품도 함께 가져와야 한다고. 그래야 영화제의 중심과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선정작 대부분이 독특한 장르성을 비추지만 모든 영화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가 즐기는 영화제가 중요하다.

- 개막이 코앞이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올해 부천영화제가 어떻게 마무리되길 바라나.

= 미약하지만 실험기를 가져보고 싶다. 영화가 새로운 영역과 어떻게 마주하고 융합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모여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게임 업계에는 개발자들이 며칠 혹은 몇주 동안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잼’이 있는데 언젠가 우리 영화제에서 ‘콘텐츠잼’ 같은 걸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즉흥적으로 팀을 만들어 일주일 단위로 단편작을 만들면 어떨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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