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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장바구니 집사들’

건강한 식사가 자기 돌봄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생활의 진입장벽은 높다. 시간과 공간 등 모든 것은 비용과 직결되고 기술과 경험의 부족은 의지를 떨어뜨린다. 밥은 잘 먹고 사는지 들여다보고 도와줄 주변인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 만 18살이 지나 독립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밥상은 너무 멀리 있다. 돈을 아끼려 인스턴트 식품을 쟁이고, 상한 음식을 냉장고에 방치하고,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느라 끼니 같은 건 대충 때우기도 한다. KBS1 <장바구니 집사들>은 이들에게 주 1회 건강한 식재료가 담긴 장바구니를 후원함으로써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이 독립하면서 경험하는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은 지난 몇년 사이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된 바 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문제를 비롯해 공과금 납부 같은 생활 정보를 알지 못해 곤란을 겪거나 사기 피해를 입기 쉽다는 점 등이다. <장바구니 집사들>은 여기에 더해 굴비, 뚝불, 볶남, 아귀 등 당사자의 삶으로 들어가 이들이 경험한 차별이나 폭력, 부모가 아닌 양육자나 보호자가 주었던 사랑,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 등 다양한 맥락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예쁨받고 싶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좋아하는 척했다거나 다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준비 중인 시험이 절박하다는 고백 등은,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갖지 못한 청년들의 어려움이 밥상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펼쳐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동정이나 시혜를 벗어난 프로그램이 가리키는 방향은 시청자에게 이 삶을 경청하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연대하기를 자연스레 제안하는 것이다. ‘공익성’ 프로그램을 뻔하게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을 제작진의 고심이 느껴진다.

CHECK POINT

“밥 한끼 해결해주는 게 너무 경솔하지 않을까?” 출연자 장민호가 우려했듯, 일시적 관심이 정말 도움이 될지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직접 장 본 식재료를 ‘뚝불’에게 보내고, 그의 집에 찾아가 화장실 전등도 갈아준 장민호는 생각이 바뀌었다며 “서로 모르는 부분을 배워가고 응원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장바구니를 받은 한 청년 역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마음속 구멍을 채워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역시, 이 험한 세상에서 마음을 나누는 건 잠시라도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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