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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나쁜 엄마’

남편을 잃고 홀로 돼지농장을 꾸리며 아들 최강호(이도현)를 모질게 닦달해 검사로 키운 진영순(라미란)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아들을 위해 다시 ‘나쁜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이다. 자신을 도구로 삼는 엄마를 원망하고 경멸하며 소원대로 속물이 되어주겠다던 강호는 유력인사의 양자가 되는 입양 동의서를 받아가는 길에 사고로 몸이 마비되고 역행성 기억장애로 7살 지능의 아이가 되어 영순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거듭되는 불행에도 윤항기의 노래 <나는 행복합니다>를 늘 가까이하는 영순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것은 역설이나 반어다. JTBC <나쁜 엄마>의 제목 역시 그런 뉘앙스를 품고 있지만, 배세영 작가의 극본이 반전을 꾀하는 방식은 나쁨을 좋음으로 뒤집기보다 가려서 보이지 않고 차마 말하지 못한 나머지로 사람의 전체를 보게 하는 쪽에 가깝다.

골이 깊어진 모자에게 다시 주어진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영순은 처음엔 하늘이 주신 기회로 받아들였으나, 아들이 약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검사였다며 잘못 살아온 벌을 받는다고 가슴을 친다. 따라 울게 하는 두 배우의 열연이 사고나 질병을 하늘이 준 기회나 천벌로 돌리는 그릇된 인과를 재생산한다면 이 글의 방향도 사뭇 달라졌을 테다. 이내 정신을 붙들고 봐야 할 것을 마주하며 감당해야 할 것을 회피하지 않는 영순의 강인함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고 다른 부모, 남의 자식에게 미친다.

영순이 강호와 크게 틀어졌던 날, 기어코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며 짐 지운 말은 “네 아빠가 왜 뭐 땜에 억울해서 죽었는지 그것 좀 가르쳐 달라고!”였다. 복수가 아니었다. 가족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것을 영순만의 사적인 불행으로 한정할 수 없는 즈음을 살아서. 까닭을 하늘에 물어선 안되기 때문에 나도 이 이야기를 붙든다.

CHECK POINT

심나연 감독은 <나쁜 엄마>에선 측면이나 반측면의 얼굴에 드리운 빛과 음영이 만드는 양감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은 내막을 품은 인물들과 조응한다. 강호가 석양을 마주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배우 이도현의 얼굴은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사나운 표정이지만, 그 낯선 얼굴이 소풍 참석을 승낙하는 도장을 찍어준 일 없는 엄마에게 처음으로 순순히 받아낸 도장이 입양 동의서인 이의 복잡한 심경을 곱씹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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