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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8호 [수상작 인터뷰] ‘구름에 대하여’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 매일 보는 구름이 그렇듯 삶 또한 흘러간다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3-05-06

국제경쟁 작품상 <구름에 대하여>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

고독은 태생적이다. 특히 도시의 분주함과 복잡성은 인간의 소외감을 증폭시킨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일과 예술을 하며 살아간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촬영한 <구름에 대하여>는 구름처럼 흐르는 인생의 속성을 탁월하게 포착하는 작품이다.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의 전작 <거리>(2016)가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에 사는 어부의 삶을 담았다면, <구름에 대하여>는 실제 감독의 고향 코르도바로 무대를 옮겨 좀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아르헨티나를 벗어난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구름에 대하여>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을 받은 직후 영화를 연출한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을 만났다.

- 영화의 배경인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실제 자랐다고 들었다.

= <구름에 대하여>를 만들기로 처음 결심한 것은 5년 전이다. 2016년 완성한 첫 번째 장편 영화 <거리>는 실제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촬영했다. 그렇게 타지에서 촬영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고향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르도바는 내가 자라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잘 안다. 모든 신의 작은 요소들까지 디테일하게 준비했고, 실제 촬영하면서도 거듭 수정했다.

- 요리사로 일하는 라미라, 엔지니어 출신 에르난, 서점 출신 루시아, 공립 병원 간호사 노라 등 극중 캐릭터들도 실제 경험에서 따온 것인가.

= 맞다. 라미라는 실제 내가 바에서 일했던 경험을 녹여내 만든 것이고, 어머니가 간호사였기 때문에 간호사 캐릭터가 탄생했다. 루시아가 일하는 서점은 실제로 내가 자주 다니는 코르도바 중심가 인근에 있는 곳이다. <구름에 대하여>는 실제 코로도바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조금씩 투영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실제 삶을 똑같이 옮겨낸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구름에 대하여>는 허구의 픽션이다.

- 네 인물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구성의 영화에서 느슨하게나마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 같은 형식을 고집한 이야기가 무엇인가.

= 인물과 인물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그들의 삶은 가변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영화는 인간을 직접 연관시키기보다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환경을 통해 이들을 연결한다. 그러한 매체의 특성을 담아내고 싶었다.

- 도시인의 고독과 직업 정체성, 일과 예술의 이야기가 영화의 재료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

= 내게 영화는 그냥 영화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 투영될 수 있는 예술이다. 또한 영화가 사유를 촉발하고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르헨티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나라다. 완벽한 픽션으로 만든 영화를 통해 관객이 이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 앞서 말한 주제를 비나 구름의 이미지로 표현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 영화에서 시간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영화 촬영을 준비하면서 로케이션을 선택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영화가 담는 시간은 영화 내적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구름에 대하여>에서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캐릭터의 삶도 함께 흐른다. 구름은 인생의 흐름을 시적으로 보여주기에 적절한 이미지다. 또한 어제 본 구름과 오늘 본 구름, 내일 보게 될 구름이 모두 다르듯 매일매일 변하는 인간의 속성과도 닮았다.

- 흑백과 스틸 프레임 촬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우선, 저예산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아끼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웃음) 카메라를 움직이며 촬영하는 것 자체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카메라를 고정해 영화를 찍어야할지 연구를 많이 했다. 현장에는 나와 촬영 감독, 오디오 감독,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배우들만 있었다.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지만 피사체는 흐르는 듯한 스틸 프레임 촬영을 통해 구름처럼 유영하는 삶과 인간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로케이션이 등장하는데 비슷한 색감과 분위기를 가진 장소를 찾기 어렵다는 과제가 있었다. 서로 다른 장소를 모두 흑백으로 촬영해 톤을 균등하게 맞춰나갔다.

- 전주영화제 상영 이후 SNS 반응이 무척 좋았다. 차기작도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를 바라는 시네필들이 많을 것이다.

= 다음 작품도 거의 완성이 됐다. 2022년 12월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구름에 대하여>를 5년 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 세 번째 장편 영화도 조금씩 만들 수 있었다. <거리> <구름에 대하여>에 모두 출연했던 배우 에바 비안코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극중에서도 영화에 관련된 캐릭터를 연기했다. 더불어 우정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다룬다. 인생의 흐름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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