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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FF #2호 [프리뷰] 전주영 감독, ‘미확인’
이우빈 2023-04-28

<미확인>

전주영/ 한국/ 2022년/ 80분/ 한국경쟁

대한민국에 좀비 사태가 일어난대도 한국인은 부단히 출근할 것 같단 우스갯소리가 있다. 제아무리 좀비의 공포일지라도 현재 대한민국의 팍팍한 생계 문제를 이기기 힘들다는 의미겠다. <미확인>의 상황도 비슷하다. 29년 전부터 지구 상공 곳곳엔 미확인 비행 물체들이 떠 있다. 마치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같은 모양새다. 그러나 사회인들이 겪는 삶의 고난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연인과의 실연에 아파하고, 회사에선 기계 부품처럼 비인간적 노동을 해야 하며, 식당에 찾아온 진상 손님 때문에 울분을 토한다. 그저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UFO에 신경 쓸 여력 따윈 없다. 즉 UFO는 일종의 맥거핀으로서 현실의 세태가 진정한 SF 디스토피아일지 모른단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독특한 설정만큼 영화의 진행 방식도 범상치 않다. 인과관계가 모호한 파편화된 서사들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뮤지컬, 콩트, 극영화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나열된다. 하나의 세계관 속 여러 인물은 각기 다른 장르에서 살다가 종종 느슨히 겹칠 뿐이다. 그런데도 영화 전체의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고 감정이 일관되게 유지된다. 겉으로 보기엔 희극인 듯하나 자세히 보면 무언가 애석하고 허망한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마침내 영화의 후반부에선 이 감정들의 농축이 폭발한다. 느슨해 보이면서도 견고하게 구축된 이야기의 구조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과정의 과잉을 깔끔한 결과로 수렴해낸 연출자의 고심이 돋보인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토론토 릴아시안국제영화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상영 정보

4월28일/10:0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4월28일/10:00/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4월30일/20:00/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5월3일/21:00/CGV전주고사 7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