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막힌 벽> Stonewalling
황지, 오츠카 류지/일본/2022년/148분/동아시아 영화특별전
스물. 린이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이다. 항공 승무원이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승무원학과에 진학해 학업에 충실했던 만큼 예기치 못한 소식은 청천벽력에 가까웠다. 도움의 손길을 찾아 헤매다 결국 고향 집으로 향하지만 미용 시술소를 운영하는 엄마가 의료사고로 큰 금액의 빚을 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린은 결단을 내린다. 아이를 낳아서 팔자. <돌로 막힌 벽>은 여전히 중국에 만연한 대리모와 난자 거래 등 출산을 둘러싼 암거래와 불법 시술 문제를 평범한 20대 여성을 통해 담담히 그려낸다. 영화는 한 사람의 삶을 구술하는 데 주장을 그치지 않고 1인 1자녀 정책의 이면과 모성이라는 신화가 빚은 한계를 함께 비추며 현실과 영화의 거리를 가깝게 한다. 출산을 결심하고도 이렇다 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초입부, 가슴 통증으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린이 아기와의 이별을 앞두고 젖몸살에 몸부림칠 때, 시작과 끝이 고통일 수밖에 없는 출산의 다면적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영어 회화 실력을 쌓기 위해 학원은 계속 알아보면서도 친구들에게 숨기려 분투하는 린의 모습이나 이내 이별을 결심한 듯한 남자 친구의 미적지근한 태도 등 곳곳에 놓인 미세한 모순은 여성과 출산 사이에 놓인 오래된 비극을 현실적으로 비춘다.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의 메시지로 전환되는 사례로서 적합한 작품이다.
상영 정보
4월28일/16:30/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5월4일/11:00/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5월6일/13:00/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