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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이브’ 노희경 작가, “마음공부를 하면서 전보다 밝아지고 가벼워져”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3-03-17

<라이브>. 사진제공 스튜디오드래곤

-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브> <우리들의 블루스>로 이어지는 근작들을 보면서 이야기가 전보다 따뜻하고 밝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내가 좀 밝아지고 가벼워졌어요. 그게 작품에 녹아나는 것 같아요. 글 쓰는 것도 옛날보다 더 재밌고. 진지한 것과 무거운, 어두운 것과 진지한 것, 가벼운 것과 천박한 것을 혼돈한 시간이 길었어요. 이제는 그 혼돈의 시기가 지났고요. 가벼움의 반대말은 무거움이구나. 진지함의 반대말은 천박일 수 있겠구나. 무거운 것은 진지한 게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이 정립된 게 <디어 마이 프렌즈> 때부터인 것 같아요. 마음공부를 하면서 안 거예요. 내 삶이 정말로 무거운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거구나. 가볍게 생각하면서 삶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삶이 경쾌해지니까 글도 가벼워지더라고요. 사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내가 쓴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사람들 이야기예요. 그럼에도 가장 밝을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그 순간에 집중해요.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친구랑 있으면 재밌고, 누굴 욕할 땐 진지하게 욕하고, 싸울 땐 진지하게 싸워요. 과거의 내 주인공들은 마치 천형을 지고 사는 사람 같았는데, <디어 마이 프렌즈> 동창회 장면을 보면 “걔 어딨어?”, “걔 죽었어!”, “뭐 물어보기만 하면 죽어”, 이렇게 죽음도 코미디가 되잖아요. 엄청난 해학이고 엄청난 자유인 거죠. <디어 마이 프렌즈> 이후 내 모든 캐릭터들은 지금 여기에 집중해요.

- 작가님의 인물들에게선 건강한 억척스러움이 보여요. 작가로서 어떤 인물들에 매료되나요.

= 치열한 사람이 좋아요. 시니컬한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자기 삶을 비아냥거리는 데 시간을 쓰는 사람, 냉소적인 사람들이 불편해요. 그래서 내 캐릭터들은 혼자만 괴로운 척하지 않아요. 그냥 괴로운 거지 나만 괴로운 척은 안 해요. 저 역시 젊은 시절엔 내 아픔만 봤어요. 그래서 30대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썼다 그러면 이해해요. 젊을 땐 자기에게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작가 나이 사십, 오십인데 여전히 자기 아픔에만 빠져 있으면 안되죠. 남의 아픔을 보려고 하는 순간 어른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내 인물들도 주변 사람들을 보기 시작해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집집마다 괴롭고 슬픈 일들이 있잖아요.

- <라이브>의 경우 개인적 아픔을 넘어 사회적 아픔과 시스템에 눈길을 주려 한 작품 같았습니다.

= <라이브>는 공부하려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장르물을 한번 써봐? 잘 모르지만 공부 한번 해볼까? 그래서 취재를 했고 경찰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았어요. 초동수사에 나서는 건 경찰이고 이후 형사한테 사건이 이첩된다는 것도 알았고, 경찰이 폄하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광화문 촛불 시위 때 정말 슬펐어요. 많이 울었어요. 집회에 동원된 경찰 개개인은 죄가 없죠. 시민과 경찰은 적이 아닌데. 일은 윗선에서 벌이고 싸우는 건 국민이고.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지팡이일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경찰들 보면 짠하죠. 우리가 사람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경찰이라는 직업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 것 같아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너무 많아요. 아픈 세상에 눈감는다고 아픔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보는 게 낫죠. 보고 느끼고 생각한 걸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남겨놓으면 그게 또 누군가의 마음을 툭 쳐줄 수 있거든요. 이건 사담인데, 한번은 길을 가다 경찰을 만났어요. 경찰들 사이에서 내가 영웅이래요. 경찰서에선 아직도 <라이브>를 틀어놓고 있대요. 이젠 소방관, 간호사들도 자기 얘기해달라고 연락이 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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