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향 작가의 명대사는 당장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명랑함과 발칙함으로 빛난다. “예, 솁”(공효진), “봉골레 파스타 하나!”(이선균)처럼 별것 아닌 한마디가 그의 아기자기한 로맨스를 통과하면 유행어가 된다. “자기 인생에 물음표 던지지 마. 그냥 느낌표만 던져”(조정석)같이 어떤 대사들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쓰인 것처럼 배우 본연의 매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구성 작가 이력만 15년. <주병진쇼> 메인 작가로 방송가에서 일찌감치 활약했던 그는 1990년대 말 돌연 드라마 작가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2년 KBS 극본 공모에 당선된 이후 약 2년 주기로 꾸준히 신작을 발표했으며 <파스타> <질투의 화신>으로 특히 사랑받았다. 지금의 배우 공효진을 있게 한 ‘공블리’ 신화의 주역이 바로 서숙향이다.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새 활로를 개척한 그는 코믹한 감수성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0년대 ‘로코물’ (로맨틱 코미디물)의 중심에 서 있었고, 최근 숨 고르기의 시간을 거쳐 로맨스의 무대를 머나먼 우주정거장까지 확장시켰다.
이민호, 공효진 주연의 500억원대 텐트폴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촬영이 한창 막바지로 향한 3월의 초입에 그를 만났다. 여의도 공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작업실에서 서숙향 작가는 소재 발굴, 자료 조사, 대사 쓰기 등 대본 집필 단계별로 축적되어온 경험의 소산을 나눠주었다. “<파스타>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썼고, “<별들에게 물어봐>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썼다는 그에게 드라마는 여전히 신기한 생명체였다.
드라마
2018 SBS <기름진 멜로>
2016 SBS <질투의 화신>
2013 MBC <미스코리아>
2011 KBS2<로맨스 타운>
2010 MBC <파스타>
2008 MBC <대한민국 변호사>
2006 KBS2 <미스터 굿바이>
2005 MBC <환생-NEXT>
자존심 강한 남자 앵커가 유방암 진단 후 겪는 변화를 그렸던 <질투의 화신>은 성역할의 편견이 빚는 소동과 몸에 얽힌 섹슈얼리티를 공중파 드라마에 태연히 끌어들였다. 2024년에 서숙향의 필모그래피에 추가될 <별들에게 물어봐>에선 배우 이민호가 우주인 집단에 합류한 남자 산부인과 의사로 등장한다. 작가는 신작 역시 작은 정거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서 섹슈얼한 매력이 부각될 거라 예고했다. 생명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해졌다.
“우주정거장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연구하는 곳이기도 해요. 무중력 속에서는 세포와 DNA 단백질의 결합이 성글어지기 때문에 중력 속에서 우리가 극복하지 못했던 난치 질환의 원인을 연구하기 수월해지죠. 정거장에 막상 비행사는 얼마 없답니다. 실험 중인 의료인이나 과학자들의 수가 더 많아요. 우주의 어둠 속에서 지구인의 안녕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해프닝을 그렸습니다. 작품의 완성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번엔 유독 설레고 긴장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