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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신의 퀴즈’ 박재범 작가 [22 WRITERS⑤]
송경원 최성열 2023-03-12

시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이야기

재미와 의미는 마치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 같아서 동시에 잡기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양자택일의 고정관념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박재범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짐작은 이내 확신으로 변모한다. 잔혹한 이탈리아 마피아가 국내 재벌과 법조계의 부정한 카르텔을 박살내는 <빈센조>는 묘한 배덕감과 충격, 그리고 즐거움을 안긴다. 악으로 악을 벌하는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건 없지만 <빈센조>가 색다른 건 그 저변에 깔린 끈덕진 유머에 있다. <빈센조>는 절차와 시스템 바깥에 있는 부도덕한 자들을 더 큰 폭력으로 일망타진한다. 시원한 대리 만족의 즐거움만큼이나 이 작품을 지탱하는 건 소나기처럼 퍼붓는 웃음 코드들이다. 때로는 화려한 몸으로, 때로는 촌철살인의 대사로, 대체로는 기상천외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난장판으로 웃음을 안기는 <빈센조>는 마치 버라이어티 쇼처럼 신이 난다. 동시에 웃음 소리가 커질수록 그 주변에 깔린 끈적거리는 메시지들이 우리 사회 어두운 곳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건 풍자와 해학을 넘어 장르적 일탈 행위라 불러 마땅한 파격적인 결합이다.

박재범 작가의 작품에는 언제나 당대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와 냉철한 시선이 묻어난다. 그는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창조해왔다. 이런 경우 메시지와 주제에 먹혀 작품의 재미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재범 작가의 드라마는 다르다. 그는 웃음이야말로 의미를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법의학 미스터리에서 의학 드라마, 판타지에서 사회 드라마까지 박재범 작가의 스펙트럼은 종횡무진이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박재범스러운’ 톤을 유지하는 건 그 중심에 뿌리 깊게 세워진 단단한 기둥 때문이다. 그 기둥의 이름은 다름 아닌 ‘시대정신’이다. 그는 필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포장하는 작가다. 그리하여 재미는 의미가 되고, 의미는 다시 시대의 피로와 우울을 위로하는 쉼터가 된다.

마이너리티를 향한 박재범 작가의 관심은 사회를 향한 이야기, 사람을 향한 믿음과 어우러져 지금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다. 2월20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바로 앞에 자리한 작업실에서 박재범 작가를 만났다.

드라마

2021 tvN <빈센조>

2019 SBS <열혈사제>

2017 KBS2 <김과장>

2015 KBS2 <블러드>

2014 OCN <신의 퀴즈> 시즌4

2013 KBS2 <굿닥터>3

2012 OCN <신의 퀴즈> 시즌3

2011 OCN <신의 퀴즈> 시즌2

2010 OCN <신의 퀴즈> 시즌1

영화

2022 <비상선언>(각색)

2018 <여곡성>(각본)

2000 <씨어터>(각본)

*이어지는 기사에 <빈센조> <신의 퀴즈> 박재범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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