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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 성초이 작가팀 [22 WRITERS④]
박다해 사진 박승화 2023-03-12

발랄 코믹 ‘여성 누아르’의 신세계

사진 박승화 <한겨레21> 선임기자

“의심스러운데?”

기름진 머리, 목이 늘어난 티셔츠,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집, 그곳에서 퀭한 눈으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다가 차가운 맥주가 온몸의 혈관 구석구석 퍼진 뒤에야 비로소 생기가 도는 40대 여성, 강력반 형사 출신이지만 남편의 죽음 이후 방에 틀어박힌 ‘게임 폐인’, 구경이.

탐정 구경이가 연쇄살인범 ‘케이’의 흔적을 쫓는 12부작 드라마 <구경이>는 시청자에게 여러모로 전례 없는 경험을 선사했다. 이를테면 배우 이영애(구경이 역)가 쓰레기장에서 족히 며칠은 지냈다가 나온 듯한 차림새로 극을 활보한다거나, 마음 시리게 하는 어머니 배역을 주로 해왔던 배우 김해숙(용 국장 역)이 용 문신을 하고 사냥용 엽총을 들고 다니는 60대 여성 보스 역할을 하는 것. 게다가 거침없는 연쇄살인범의 역할은 이보다 더 천진난만하고 해맑을 수 없는 미소를 띤 20대 여성 배우 김혜준(케이 역)이 너끈히 소화한다. 배우 곽선영(나제희 역)은 아이 양육을 아버지에게 맡겨두면서도 권력에 대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워킹맘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여느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여성 캐릭터가 즐비하다. 게다가 여성과 여성 사이를 ‘질투’라는 납작하고 단선적인 관계로 그려내지 않고 애정, 연민, 연대, 복종, 배신, 경쟁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담아냈다.

드라마

2021 JTBC <구경이> 스릴 있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코믹 추적극’. 케이가 살인의 표적으로 삼는 대상은 주로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죽여 마땅하다”고 믿는 자들이다. 나제희, 산타, 경수와 함께 케이를 쫓는 구경이는 살인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알려준다. 여성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와 남성 퀴어 커플 등 개성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구경이의 성장을 따라가다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하거나 냉소하지 않는 법을 찾게 된다.

*이어지는 기사에 <구경이> 성초이 작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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