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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스페이스]‘동감’ 서은영 감독과의 대화
남선우 2022-11-25

우리들의 90년대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95052007588786192)

벌써 20년

“시큐 시큐,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동감> 개봉 2주차를 바라보는 화요일 밤, 1999년의 용(여진구)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가 햄(HAM) 무전 통신으로 소통하듯 서은영 감독이 랜선을 타고 청취자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리메이크에 발을 디디던 마음부터 들려줬다. 서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인>을 인상 깊게 본 제작사로부터 <동감>을 다시 찍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감독은 ‘이 영화를 왜 벌써 리메이크하지?’ 싶어 의아했다고. 실은 원작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음을, 최근 극장에서 로맨스영화 찾기가 힘들어졌음을 인지하면서 프로젝트는 흥미로워졌다. 원작 주인공들의 성별을 바꿔보자는 아이디어도 감독을 자극했다. “관객이 원작 <동감>에 품은 호감에는 영화를 봤을 당시 반짝였던 본인의 젊음에 대한 향수도 담겨 있을 거예요. 각자의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로맨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원작의 굵직한 서사는 가져가되 과거의 인물이 미래를 알게 되는 SF 설정의 디테일은 좀더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대사량 많은 영화 <동감>의 중심에는 용과 무늬의 무전 신이 있다. 다른 공간, 다른 시간,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고 느끼는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했다. 여진구, 조이현 배우는 각자 다른 세트에서 해당 신들을 촬영했지만 시간이 허락할 때만큼은 서로의 공간에 찾아가 대사를 쳐주며 상대의 몰입을 도왔다. 상당수의 장면이 이렇게 완성됐다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해 서은영 감독과 두 배우는 통신 중의 대사들을 미리 녹음했다. 덕분에 감독과 배우는 현장에서 오디오를 틀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떨어져 있는 용과 무늬가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카메라 무빙에도 신경 썼다. 분할된 화면에서 인물들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연결되다 결국 마주 보는 듯 편집된 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 속 영화의 비밀

용과 한솔이 동아리 투어를 하던 중 영화감상부에서 마주한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1979년작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대한극장에서 데이트를 할 때 선택한 영화는 1999년 10월 개봉작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서은영 감독은 당시 극장에 모인 관객과 박장대소하며 영화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용과 한솔에게 소개했다. 원작 <동감>의 유지태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도 재밌는 우연. 물론 용과 한솔이 학기 초에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해 고증을 따지면 옥에 티라고도 볼 수 있지만 사정이 있었다. 서은영 감독이 애초에 고려한 데이트 무비는 1999년 2월 중순 개봉한 <쉬리>였으나 저작권 문제로 대안을 찾아야 했다고. 대신 <쉬리>는 대사로 잠시 언급된다. 더불어 극중 용이의 작가 데뷔작으로 스치듯 나오는 소설의 제목 ‘위버멘쉬’는 서은영 감독의 전작 <초인>의 이스터 에그라고 한다. 용이 과거의 아픔을 딛고 행복으로 나아갔으리라는 암시이기도.

모든 것은 목만이로부터

이 영화의 신스틸러 거북이 ‘목만이’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감초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동감>의 모든 것은 목만이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 “목만이 때문에 은성(배인혁)이 다리를 다쳤고, 그래서 은성이 대신 용이가 햄을 할 수 있었으며, 한솔(김혜윤)까지 만나게 됐다.” 서은영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영험한 동물이 등장해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운명에 힘을 실어주는 구도를 염두에 뒀다고 한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의외로 빨리’ 움직이던 목만이의 현장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이어졌다. 목만이 역의 거북이는 하루 한 시간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는데, 유독 여진구 배우를 따랐다고 한다. 자기 파트너를 알아본 건지 여진구 배우쪽으로 기어가곤 했으며, 그의 품 안에서는 가만히 머물렀다고 한다. 여진구 배우와 있을 때 연기(?)를 잘해 모든 스탭이 신기해할 정도였다고. 참고로 서은영 감독은 목만이의 이름이 목이 많이 길다는 감탄에서 왔으며, 은성과 용이가 합작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친구의 친구들은 어떻게 부부가 되었나

이날 스페이스는 개봉 후 이뤄진 만큼 방송 초반부터 영화의 결말에 대한 청취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궁금증의 핵심은 용이 떠난 후 은성과 한솔이 어떻게 사귀게 되었냐는 것. 서은영 감독은 작품에 미처 풀지 못한 서사를 들려줬다. “은성에게 용이는 엄청 가까운 친구고, 한솔에게 용이는 첫사랑이잖아요. 그랬던 용이 갑자기 두 사람을 떠난 거죠. 남은 두 사람은 용이에 대한 걱정과 추억을 공유했을 거예요. 용의 부재를 그리워하면서, 용이 남기고 간 목만이를 기르면서 한솔과 은성이 점점 가까워지지 않았을까요?” 사실 서은영 감독은 영화 곳곳에 용과 한솔보다는 은성과 한솔이 더 닮아 있다는 뉘앙스를 비쳤다고. 그 케미스트리를 눈치챈 한 관객은 방송 중 은성과 한솔의 웨딩 사진이 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에 한솔과 은성이 용에게 무늬의 이름을 얼핏 듣는데, 그게 미래에 영향을 끼쳐 딸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냐는 예리한 관객의 질문도 도착했다. 서은영 감독은 무늬의 이름이 독특한 만큼 두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다가 아이가 태어난 후 떠올렸으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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