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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7호 [프리뷰] 이정홍 감독, ‘괴인’
송경원 2022-10-12

<괴인> a Wild Roomer

이정홍 / 한국 / 2022년 / 136분 / 뉴 커런츠

10월13일/19:30/CGV센텀시티 2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지 딱히 꼬집어 설명하긴 힘들다. <괴인>은 ‘이상하다’는 인식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기홍은 작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살아가는 목수다. 소소하게 생계를 유지하는덴 무리가 없지만 어딘지 허전한 기분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인테리어 공사를 맡겨준 의뢰주는 물론이고 옆집 사람들에게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기홍은 세 들어 지내는 집의 젊은 주인 내외와 자주 어울리는데, 최근 점점 상황이 꼬여가는 것만 같다. 여느 영화였다면 이상한 일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소소한 사건들이 지워지지 않는 건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반응 때문이다. 이상한 건 기홍의 주변일까, 기홍이라는 사람일까. ‘괴인’이라는 제목처럼 누군가에겐 기홍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기홍의 행동들은 그럴 법한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리멸렬한 상황과 우울한 감정이 잉크 방울처럼 번져가는 건 원래 삶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의 저력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을 법한 순간들, 미묘하게 어긋난 상황, 사람 사이의 이해하기 힘든 거리감들을 담아내는 방식에 있다. 감독은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대화 등 사변적으로 밀려나는 것들을 중심에 가져와 끝내 파도를 만들어낸다. 상황이 지리멸렬해질수록 영화의 리듬은 점점 신비를 더한다. 익숙한 가운데 미묘하게 어긋난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카메라의 힘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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