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별> Star of Ulsan
정기혁 / 한국 / 2022년 / 117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10일/09: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1일/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2일/15:00/CGV센텀시티 6관
10월13일/20:00/CGV센텀시티 4관
열심히 발버둥 칠수록 점점 깊은 수렁으로 잠길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하는 윤화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과 딸을 홀로 키웠다. 윤화의 삶은 그야말로 굳은살 덩어리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편을 잃은 직장에서 평생을 일했지만 돌아온 건 부당한 정리해고 통보뿐이다. 상심한 윤화는 술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자식들은 윤화를 외면한 채 그저 고향을 탈출할 궁리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댁의 친척들이 찾아와 남편이 남긴 문중의 땅을 빼앗아가려 하고, 그 와중에 아들은 비트코인으로 거액을 날린다.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윤화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울산의 별>은 가장, 어머니, 노동자 등 외부로부터 씌워진 프레임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인물의 초상을 따라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이 처한 갈등을 전시하지도, 깔끔하게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저 인물이 무력감으로부터 탈출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게 전부다. 그렇게 담담하게 오늘을 버티는 모습을 가능한 오래 응시한 끝에, 마치 새 살이 돋아나듯 일상에서 지워진 것들의 소중한 가치들이 복원된다. 스스로를 쉽게 연민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태도가 어떠한 위로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