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땅> Mother Land
박재범 / 한국 / 2022년 / 69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10일/20:3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1일/17: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2일/17:30/CGV센텀시티 4관
10월13일/13:30/영화의전당 중극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은 어머니로 비유된다.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주는 땅의 포용력이 지구의 어느 곳에서나 느껴지는 탓이다. 이는 흔히 험지로 언급되는 시베리아의 툰드라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예이츠 부족은 툰드라 지역의 환경적인 특수함에도 불구하고 부족의 땅을 어머니로 여기고 지켜가며 살고 있다. 툰드라의 자연환경은 외려 예이츠 부족을 강인하게 만들고, 땅과의 관계를 더욱더 긴밀하게 만드는 요소로 여겨진다. 심지어 연합국이 부족의 영토를 점령했음에도 예이츠 부족은 땅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가 겹친다. 주인공 소녀 그리샤의 어머니가 몸져눕고 설상가상으로 연합국 군인 블라디미르가 부족의 거처를 위협한다. 이내 아버지가 약을 구하러 도시로 가지만, 그리샤는 무언가 모자람을 느낀 듯 숲의 주인인 붉은 곰을 찾으러 떠난다. 부족 주술사의 말에 따르면 숲의 주인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라디미르도 예이츠 부족의 정신적 지주인 붉은 곰을 처치하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그리샤의 여정에 암운이 드리운다.
<엄마의 땅>이 지닌 환경주의적 발상과 제국주의적 인물의 자연 침탈 및 착취 서사는 자연스레 스튜디오 지브리의 초기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또 인간의 순수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응하는 순간의 정취도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꼈던 것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엄마의 땅>이 택한 스톱모션 기법이 툰드라 지역의 설원, 눈보라, 그리고 오로라까지 여러 풍광의 면면을 그려낼 때마다 평소엔 쉬이 접할 수 없던 자연의 생경한 감각이 일깨워진다. 이러한 효과는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을 삼가고 모든 자연물을 손수 제작해 촬영한 박재범 감독의 장인 정신에서 기인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