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셈버> December
안슐 차우한 / 일본 / 2022년 / 99분 / 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 후보작
10월07일/16:30/영화의전당 소극장
10월08일/15: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월13일/14: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소설가 히구치(쇼겐)가 딸 에미의 죽음을 견디는 방식은 오로지 술에 의존하는 것이다. 절필한 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는 히구치를 스미코(메구미)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그와 이혼한 뒤 새롭게 가정을 꾸린다. 어느 날, 그런 둘에게 한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딸을 살해한 범인 카나(마쓰우라 료)가 형량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내겠다는 것. 히구치는 부인 스미코를 찾아가 그 ‘괴물’이 다시 밖으로 나오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외친다. 고민 끝에 스미코는 히구치와 함께 법정에서 카나를 마주한다.
소송을 기점으로 히구치와 스미코, 카나는 사건이 벌어졌던 7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에미의 죽음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으나 이를 곱씹으며 정체된 이가 있는 반면, 누군가는 속죄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와중에 사건의 이면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명명됐던 카나와 에미의 관계에도 의문점이 제기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세 사람은 차례로 법정에서 진술을 이어간다. 인물들의 진술은 진정 정의란 무엇이며 무엇이 옳은 해결책인지 질문의 형태로 남아 극을 이끈다. <디셈버>는 법정물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승패의 결과보다 인물들이 상실을 승화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명확한 답을 제시하진 않지만 히구치의 행보는 상대방에 대한 용서가 때로 스스로에 대한 구원이 되기도 한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긴장감을 추동하는 편집의 흐름과 음악, 배우들의 합이 돋보이는 매끈한 장르물이다. 그중 카나 역의 마쓰우라 료는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