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이처럼 아기 띠를 멨을 때의 느낌을 보셨으면 해서 오디션 때 일부러 백팩을 앞으로 메고 갔다. 그런 의도였다는 건 아마 감독님도 모르실 거다.” <홈리스>의 고운을 떠올리면, 무거운 가방에 우림이까지 안아든 채 뙤약볕 아래를 걷는 뒷모습이 연상된다. 그의 지친 발걸음은 전세 사기를 당해 찜질방을 전전하는 고운과 한결(전봉석) 부부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고운은 담담하다. 옆에서 한결이 온몸으로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나리오에서도 고운이의 감정은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걸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밌을 것 같더라.” 한 할머니의 집에서 몰래 생활하기로 한 두 사람의 결정이 처음엔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나를 우림이 입장에 두고 부모님을 떠올리니 비로소 이해가 됐다. 사실 고운이도 두려웠겠구나. 그렇지만 우림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겠구나. 두려움을 바탕에 두고 연기하면 관객이 응원까진 못해도 이들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줄 것 같았다.” 자신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기를 위해 우는 연기 전엔 호흡도 가다듬었다.

어릴 때 TV를 보며 “검사나 선생님 같이 내가 되고 싶은 다양한 직업군을 연기할 수 있겠구나” 싶어 박정연은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 “대사 톤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인물의 매력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원래 파워 J(계획 세우길 좋아하는 MBTI 유형)지만 올해는 목표 없이 지내는 걸 목표”로 두고 자유롭게 여러 시도를 꾀하는 중이다. “우선 피겨와 발레를 새로 시작했다. 현재 숭실대 영화예술전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데, 졸업 전에 배우가 아닌 연출, 촬영 등의 다른 팀 소속으로 꼭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

FILMOGRAPHY

영화 2022 <홈리스> 2021 <낙하하다> <평범한 우.리> <만인의 연인> 2020 <시스터즈> 2017 <유리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