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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2002-05-30

드디어, 그 전설을 만나다

Ghost in the Shell1995년, 감독 오시이 마모루자막 한국어, 영어, 일본어 더빙 영어, 일본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SRE

내 행동에 대해서 내가 생각해봐도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공각기동대>를 끝내 극장에 가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속으로는 ‘가야 하는데…. 진짜 가서 봐줘야 하는데…. 이러다가 흥행성적이 또 저조하면 다음 것들은 안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위험한데…’를 주문처럼 뇌까렸지만, 어쨌든 결국 안 봤던 것. 물론 따지고보면 난 <공각기동대>에 일찌감치 매료당한 사람들이 밟는 절차는 모두 밟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일본판 불법 비디오를 본 뒤 일본어를 배운다고 난리도 쳐봤고, PC통신(당시에 인터넷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에서 한글자막을 찾아 헤매보기도 했고, 그것을 다운로드받아 출력해서는 손에 들고 화면과 대조해가며 보기도 여러 번 했기 때문. 게다가 거금을 투자해 일본판 LD까지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극장에서 개봉될 때는 시큰둥했던 내가, <공각기동대> DVD가 출시된다는 소식에는 환호성을 지르며 ‘정말?!’인가를 외쳤다. 아마도 전후 사정상 DVD 출시가 상당히 모호한 상황이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출시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출시 소식을 들은 뒤로는 제작사양이 어떻게 되는지, 출시일이 언제인지, 서플먼트에는 무엇이 들어가는지, 끼워준다는 오리지널 필름 5장은 과연 어떤 장면들인지가 궁금해 끊임없이 출시사 직원을 들들 볶아왔다.

그렇게 해서 본 <공각기동대> DVD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너무 여러 번을 봐서 ‘혹시 덤덤한 느낌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은 눈앞에 첫 화면이 뜨고 나서부터, 완벽하게 뇌리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화 작업이 잘되어 있는 서플먼트를 볼 때는 거의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마음에 든 코너는 특이하게도 ‘용어해설집’격인 ‘Glossary’ 코너. 열혈마니아가 아닌 이상 <공각기동대>의 배경이 되는 2029년의 극중 상황이나 빈번히 튀어나오는 각종 용어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 점을 잘 간파했기 때문. 더불어 설명되어 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화면의 그림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얹혀들어가 있는 한글폰트도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어울린다.

이 밖에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얼굴로 시작되는 일본 중심의 ‘Making Film1’과 특수효과에 대한 부분으로 시작하는 미국 중심의 ‘Making Film2’ 코너를 보면서 전개방식의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또한 재패니메이션 장르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Mechanical Design’ 코너나 개봉 당시의 일본 상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TV Spot’ 코너도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애니메이션 자체의 화질면에서, 어쩔 수 없이 제작연도를 약간, 아주 약간은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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