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 / 감독 칼튼 큐즈, 존 리들리, 웬디 스탠즐러 / 출연 베라 파미가, 체리 존스, 로버트 파인 / 플레이지수 ▶▶▶▷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 일대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치자 시민들은 지역 재난대피소인 메모리얼 병원에 모인다. 허리케인이 동부 해안으로 방향을 틀면서 재난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홍수로 외곽의 제방이 붕괴하면서 도시 전체가 침수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윽고 메모리얼 병원에도 침수가 발생하면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고 병원 건물은 완전히 고립된다. 병원 비대위원장인 수전은 병원 본사측에 공중 지원 등을 요청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반려되고, 의사 애나를 비롯한 의료진은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고립 상황이 악화하면서 병원 안의 사람들은 환자 대피 우선순위, 피난민 추가 수용 등의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며 갈등을 빚는다.
원초적인 정치 드라마다. 정치란 근본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기에 <재난, 그 이후>는 외부와 고립되어 한정된 자원을 유용해야 할 상황에 기대어서, 그것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병원 안팎 인간들의 정치극으로 흐르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요한 점은 정치에 개입되는 윤리의 문제다. 정치는 온전히 실익을 논하는 단순 계산식이 아니다. 그 숫자들 속에는 실제로 숨 쉬는 사람들이 있다. <재난, 그 이후>가 밀도 있는 정치극이 된 이유 역시 한정된 자원의 분배 문제를 넘어 당장 죽음의 위기에 놓인 200여 환자들의 처지가 정치의 윤리적 딜레마를 강하게 건드리는 탓이다. 그렇게 <재난, 그 이후>는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재해가 정치·윤리적 난점으로 인재로 확장되는 과정을 실제 자료화면 인용, 등장인물의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 형식을 첨가하여 집요히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