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쓴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노후에 접어들며 ‘싱글의 노후’ 시리즈를 펴낸 바 있다. <싱글, 행복하면 그만이다> <여자가 말하는 남자 혼자 사는 법>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으로 일본에서는 누적 판매 부수 130만부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직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본의 노인 인구 구분법에 따르면 65살 이상이 전기 고령자, 75살 이상이 후기 고령자인데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은 후기 고령자가 되기 3년 전에 쓴 책이다. 세대간의 가구 분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 부모 세대가 배우자와 사별한 뒤에도 자녀와 합가하기보다는 혼자 사는 비중이 늘고 있다. 고령자와 관련한 풍부한 데이터가 존재하는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를 말한다. 노인의 경우 1인 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2인 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데, 미디어에서 재현하는 노인의 삶이 대가족 중심이어야 행복한 듯 보이기 때문에 1인 가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다음은 초고령 사회, 그다음에는 다사 사회, 즉 죽음이 많아지는 사회다.” 우에노 지즈코는 ‘재택사’라는 표현을 쓴다. 병원에서 행복한 노인은 없다는 것.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는 자기 집에서 살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인 가정이 고독사와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후에 빨리 발견되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에 고립되지 않는 것”이며,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서로 애정을 표현하는 편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치매 환자나 인공투석이 필요한 신장질환 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빼놓지 않는 책이다. 여성주의 이슈를 활발하게 논의하던 우에노 지즈코가 노화와 죽음에 대한 책을 연이어 쓴다는 점은 신선하게도, 당연하게도 느껴진다.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인간이 되는 동시에 타인을 돌보거나 타인의 돌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초고령자가 아니라 해도 누구나 염두에 두어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