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매주 수요일 혹은 금요일 밤 11시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37815062651363328)
이다혜 @d_alicante 아홉 번째 게스트는 음악, 토크, 글 어느 것이든 잘해내는 뮤지션이자 작가 오지은님입니다. 최근 에세이집 <마음이 하는 일>을 낸 오지은 작가에게 에세이를 쓰는 마음, 음악하는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오늘 스페이스의 제목을 ‘열정맨으로 사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고 지었어요. 작가님, 열정맨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지은 @heaventomorrow 키워드가 열정맨일 줄 정말 몰랐어요.
이다혜 @d_alicante 제가 느낀 오지은 작가는 많은 일에 진심인 사람이었어요. 많은 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고요. 문화계 사람들은 쿨한 태도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 작가님은 무언가에 뜨겁게 참여하고 무언가를 뜨겁게 이야기하려는 사람이에요.
오지은 @heaventomorrow 쿨한 시대였던 90년대에 10대를 보내서 오히려 반발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지속 가능성을 많이 생각했고, 쿨한 태도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인사도 잘하고 말도 많이 하는, 좀 끈적거리는 사람이 됐을 수 있겠네요. (웃음)
이다혜 @d_alicante 작가님이 라디오 느낌의 <익숙한 새벽 세시>란 팟캐스트를 오랫동안 했잖아요. 팟캐스트에서의 말하기와 글쓰기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오지은 @heaventomorrow 20대 중반까지 새벽에 누군가를 붙잡고 하염없이 얘기했어요. 살아가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공허하게.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상대가 바쁠 수 있고 제가 바쁠 수 있고요. 새벽 3시까지 그런 기분으로 보내다 다음날 무리하면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거든요. 이젠 새벽에 그럴 수 없어요. 대신 팟캐스트에서 제가 가장 이해하고 친한 사람에게 얘기한다는 기분으로 하염없이 이야기해요. 반대로 글은 500번 정도 마음을 굳히면서 써요. <씨네21>에 연재할 때,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잡지를 읽는 독자가 제 칼럼을 읽더라도 걸리지 않게, 그러면서도 어떻게 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오지은 작가님의 책도 꽤 쌓여가고 있어요. 다음 책도 준비하고 계신데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고 방향을 잡았나요?오지은 @heaventomorrow 예전엔 너무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최선을 다해 그걸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내고 책을 썼어요. 이후 누군가는 공백기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을 보내면서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스스로 물었죠. 그 기간을 보내고 난 뒤엔 불안해하고 망설이는 것도 그만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이젠 스스로를 축소시키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해요.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보다 글과 음악을 더 잘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렇게 말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이다혜 @d_alicante 어떤 시기엔 인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확언하며 살고, 또 어떤 시기엔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손에 쥐고 있던 걸 내팽개치는 것 같아요. 지금 작가님은 팽개쳤던 걸 하나씩 모으는 시기인가요?
오지은 @heaventomorrow ‘캐릭터 해석’이라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군요! (웃음) 몇년간 열정맨답게 최선을 다해 계속 무언가를 내팽개쳤던 것 같아요. 지금은 세게 쥐었다가 내팽개쳤던 것들을 말씀하신대로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지난해부터 몸 돌보기에 적극적인데요. 그에 대한 책일 수도 있고, 공연 극장과 반려묘 꼬마, 저의 동거인에 대한 마음을 담는 책을 쓸 수도 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건강 팟캐스트 <운동바보 오지은의 건강 탐험기>도 진행하시잖아요
오지은 @heaventomorrow 그룹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매일 요가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쇼크받은 적 있어요. 새벽 4시까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을 것 같은 톰 요크가! 그런 마음을 계속 표현하려면 결국 건강해야 하는 거죠. 저는 운동의 필요성을 그냥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고, 운동의 이유도 알고 싶어서, 훌륭한 운동 선생님들을 모셔놓고 대체 다리는 왜 찢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을 하는 팟캐스트를 좋아하며 하고 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청취자 질문입니다. “에세이 작가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건 ‘어떻게 매번 많은 것들에서 깨달음을 얻을까’였는데요. 오지은 작가님도 평소 깨달음을 상당히 얻는 편인가요?”
오지은 @heaventomorrow 제가 1번으로 경계하는 게 잠깐 마음속에 스치는 바람 같은 깨달음에 대해 쓰는 것이에요. 99번의 회의와 의심을 뚫고 나온 것들만 에세이로 남겨요. 삶이 바빠서 흘려버릴 수 있는 생각들을 모으고 모아서 글과 음악으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가 아주 조심하면서 정말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남선우의 책갈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아이디 ‘heaventomorrow’는 어떤 마음으로 지은 건가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밴드 홀의 <Heaven Tonight>라는 곡 제목을 살짝 바꿔봤습니다. ‘오늘은 별로여도 내일은 좋겠지’라고 바라는 태도가 좋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마음이 하는 일>에는 OTT 작품들에 대한 감상도 여럿 언급됩니다.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이 있다면요?
Apple TV+의 <더 모닝쇼>!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즈 위더스푼이 방송국에서 일하는, 능력 좋지만 지칠 대로 지친 중년 여성들로 나옵니다. 오랜만에 하루에 한 시즌씩 연달아 본 드라마예요.
유튜브 채널 <오지은 임이랑의 무슨얘기>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채널에 처음 방문할 분들께 추천하고픈 영상이 있다면요?
멘털 관리법 이야기를 한 영상과 ‘왓츠인마이백’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