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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IFF #7호 [추천작] 조너선 데이비스 감독, '세이렌의 토폴로지'
조현나 2022-05-04

<세이렌의 토폴로지> Topology of Sirens

조너선 데이비스/미국/2021년/105분/영화보다 낯선

신진 음악가인 카스는 얼마 전 타계한 시골의 친척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하는 동료들과 어울리며 여러 고민들을 나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척 집 다락방에 놓인 고전 악기와 미니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고, 카스는 카세트테이프 주인의 흔적을 좇아 실험 음악의 세계에 입문한다. <세이렌의 토폴로지>는 기본적으로 카스의 여정을 따라가는 음악영화지만 그보다 소리의 본질에 대한 연구 집합체라 볼 수 있다. 영화는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소리를 쪼개고 혼합하길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말과 음악의 경계는 종종 무너진다. 가령 카스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신, 그리고 여러 악기와 음악을 실험하는 과정이 영화에 병렬적으로 배치되는데 그때마다 음악이 엠비언스 사운드로 머무는 대신 인물들의 대화 속으로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식이다.

동등한 위계에 놓인 말과 다양한 소리가 섞여드는 상황은 시종 흥미롭게 그려진다. 영화는 음악에 대한 공감각적 경험을 폭넓게 제공하고 이를 판타지적으로 묘사한다. 때로 소리는 또 다른 세계와 접목할 수 있는 매개체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변화하는 배경들은, 그동안 우리가 풍경을 어떻게 소리로 감각해왔는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으나 되도록 영화관에서 관람하길 추천한다. 영화감독이자 음악감독인 조너선 데이비스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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