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구하기>
홍다예/한국/2022년/80분/한국경쟁“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 바로 자살이다.” 카뮈의 말대로라면 <잠자리 구하기> 속 주엽고등학교는 철학자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이곳의 고3들은 “죽을래”, “자살하고 싶어”, “나 왜 살아?”란 말을 입에 달고 살기 때문. 얼핏 들으면 철없는 입버릇이겠지만 <잠자리 구하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는 쉽사리 넘어가지 못할 묵직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잠자리 구하기>는 홍다예 감독이 2014년 고교 시절부터의 일상을 직접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본인과 가족, 친구들이 대학 입시 전후로 빚는 내외적 갈등들이 가감 없이 재생된다. 여기서 가감 없음이란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학생의 죽음을 외면하는 학교, 아이처럼 울며 자식과 대화하는 부모, 손목에 가득한 자해의 흔적. 모두가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던 고름들을 <잠자리 구하기>는 집요히 터뜨린다. 대학생만 된다면 모든 고름이 영광의 흉터가 될 것 같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여 20대 중후반에 들어선 감독은 여전히 자타의 관계, 사회 체계의 위압, 나아가 삶과 죽음에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농담 같이 말해지던 죽음이 기어이 현실로 다가오자 감독은 지금껏 친구에게 못했던 말을 편지에 쓰려 한다. 영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모두 쏟아내기로 맘먹는다. 그렇게 만든 <잠자리 구하기>는 수년간 적층해낸 고순도의 정동을 격동적으로 수축-이완시키며 강렬한 리듬과 몰입감을 자아낸다. 한 등장인물의 말마따나 “너무 현실적이라서 나의 현실을 다 들킨 듯한 수치스러움”을 여실히 전해주는, 거칠 정도로 솔직한 (반)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