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포 린다!> Chicken for Linda!
세바스티앙 로덴바흐, 키아라 말타/ 프랑스, 이탈리아/ 2023년/ 76분/ 국제경쟁
10월 20일, 14:00, CGV 부천 5관 / 10월 22일, 12:30, CGV 부천 5관
누구든 어린 시절 내가 잠든 사이 벌어진 상황을 공상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밤 잠든 사이 산타클로스는 언제 왔다 갔을까, 섣달 그믐 밤 까무룩 졸던 사이 내 눈썹은 언제 하얘졌을까. <치킨 포 린다>는 나를 위한 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렸던 그 때의 눈높이로 그대로 가져다 와 구현해주는 신나는 애니메이션이다. 치장을 즐기는 소녀 린다는 엄마 폴레트의 반지를 탐낸다. 린다는 분명 반지를 잘 가지고 논 후 제자리에 두었건만 반려묘의 말썽으로 반지가 사라지자 폴레트는 린다를 의심하고 체벌한다. 하지만 폴레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후 딸에게 사과를 건넬 줄 아는 멋진 엄마다. 폴레트는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린다에게 소원을 묻고, 린다는 피망을 곁들인 치킨 요리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중 프랑스는 상인들의 파업이 한창이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 <치킨 포 린다!>는 엄마와 딸이 요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겪는 요절복통 소동극이다.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은 애니메이팅과 뮤지컬 시퀀스를 포함한 스코어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영화는 명료한 원색의 향연을 펼치던 중 이따금 칠흑같은 어둠을 은근슬쩍 집어넣는다. 그 어둠 속에서 두 모녀의 난리통을 지켜보는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뜨겁게 아려올 것이다. 그리고 극장 밖을 나서며 함께 못 온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걸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