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기자 혹은 영화기자가 되는 방법을 우리 인터넷사이트나, 독자엽서, 혹은 개인 전자우편으로 물어오는 독자들이 꽤 많다.(<씨네21> 편집장이 되는 방법을 물어온 특이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때는 대개 이런 정보를 알려드린다.
시험의 평가기준은 첫째, 글솜씨. 둘째, 평론가 수준은 아니라도 일반 관객보다는 높은 영화 지식. 셋째, 중급수준 이상의 영어 독해력. 그리고 모집주기는 평균 1년반 정도만에 한번이지만 결원이 생길 경우에 모집하므로 시기가 일정하진 않음. 전공은 묻지 않음.
그렇게만 말하고 나면 어딘지 허전해진다. 뭔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게 있는데 그걸 말하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라도 뭔가 보충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편의상 여기서 영화기자는 영화잡지 기자를 말한다. 일간지의 영화기자는 신문기자로 들어간 뒤에 발령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되는 길도 가는 길도 좀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평론가가 되겠다는 후배들을 보면 말리는 편이었는데, 마찬가지 이유에서 영화기자를 하겠다는 사람도 말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현실적인 이유는 이렇다. 전업 영화평론가보다는 수입이 안정적이지만(월급을 받으니까) 그 수준은 별로 높지 않으며, 그나마 평생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잡지는 시장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수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전통있는 영화지라도 편집장급을 빼면 거의 20, 30대다. 그러니 40대 되서 밥벌이 걱정 새로 하기 싫으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좋다,라는 게 말리는 현실적 이유다.
실은 더 큰 이유가 있다. 영화기자는 ‘영화’ 혹은 ‘영화계’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여기서 ‘영화’(혹은‘영화계’)보다 ‘글’에 방점을 찍고 싶다. 글을 쓰는 건, 특히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건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서사의 전통과 서사의 원형에 대한 기본적 이해, 즉 문학적 교양이 있어야 하고, 그 위에서 영화적 서사의 패턴, 즉 장르를 알아야 하고 영화사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여기다 사운드와 편집 같은 기술적인 면이나 미술적인 면에까지 이해가 필요하다. 이게 다 갖춰져도 문제가 남는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영화는 결국 글로 포획되지 않는다. 불충분한 도구로 포획될 수 없는 대상을 포획하려는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
새삼스레 지식의 중요성을 설파할 뜻은 전혀 없다. 지식이 꼭 좋은 글을 낳진 않는다. 어떤 이는 지식의 호위 없는 일상적인 언어만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 문제는 어느 경우라도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는 공허감이나 자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은 글쟁이는 그걸 알고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영화기자나 평론가가 되려 한다면, 여러분은 진심으로 글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